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대여성 Oct 19. 2023

쌍라이트







산책하는데 환한 불빛이 길을 비추고 있다

이 밤중에 쌍라이트라니?


뉴스와 여러 프로그램들 속 흉흉한 이야기들 때문인지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차 근처로 간다

막상 부근으로 가니 눈이 부시다


앞은 쌍라이트 때문에 잘 보이지 않고

옆 창문은 선팅이 되어 뭔가를 볼 길이 없다


다행히

어떤 일이 있던 건 아니었다








별거 아닌 일도 한 번은 다시 생각하는 편


집으로 들어오는데 문득

‘어둠을 숨길 수 있는 건 밝음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시야 확보나 차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필요한 쌍라이트

그렇지만

정작 상대방은 불빛 외에 차의 존재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어렸을 때

큰 발이 콤플렉스라

늘 작은 사이즈의 운동화를 사곤 했다


양말까지 신으면 발톱이 신발 앞코에 닿고

조금 빨리 뛰면 엄지발가락이 쾅쾅 울리듯 아팠다

아픔은 발바닥과 종아리까지 타고 올라와

내 걸음걸이를 뒤바꿨다


제대로 걷는 걸 포기하고

갓 태어난 아기고라니처럼 걸을 만큼 큰 발이 창피했나


지금 와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땐 그 별거 아닌 걸 참 별 것처럼 느꼈다









나이 먹어가며 늘어난 콤플렉스들을

쿨한 척 오픈하기가 어려워 꽁꽁 숨기기만 했다

쾌쾌했던 회색빛이 까맣게 변할 때까지 그랬다


산책길에 본 쌍라이트에서 답을 얻는다


긍정은 부정을 눈부시게 하고

밝음은 어둠을 감싼다











이전 05화 10살 연상의 플러팅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