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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대여성 Aug 25. 2023

헤어짐도 만남처럼







대학생 때 일이다

친구가 남자친구와 헤어졌단다


‘왜 뭐 싸웠어??’

‘둘이 안 맞았어?‘

라는 물음에


‘아니 평소처럼 데이트하고 나서 헤어지자고 하던데’

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평소처럼 밥 사주고, 커피 마시고, 영화도 보고

그렇게 데이트를 끝낸 뒤

귀가하는 길에 그만 만나자고 했다는 거다


‘굳이?’

‘카톡이나 전화도 있는데 뭐 좋은 말이라고 만나서 해?’

라는 생각을 했다


20대 초반에는

세상의 중심이 오직 나였으니

타인을 이해하거나 배려하려는 생각을 잘 못했다

나랑 다르면 욕먹어야 했다


우리는

‘나쁜 새끼..‘라며 그 사람을 욕했다









30대 초반이 된 지금,

그때 그 나쁜 새끼가 얼마나 나이스가이였는지 깨닫는다


해봐야 28살 언저리 나이에

군대 다녀오고 대학 졸업하고 직장 잡은 사회초년생


사람들이 흔히 ‘꿈의 직장’이라고 말하는

정말 좋은 대기업에 다니던 그 남자는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나름의 배려를 지니고 있던 거다








이미 너덜해진 붉은 실을 끊으려는 것도

다음 만날 사람을 대기시켜 좋은 것도

온갖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것도 아닌


온전하게 그 사람의 마지막 모습과 진심을

최대한 악의 없이 전했다









좋은 사람인 척, 착한 사람인 척, 밝은 사람인 척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 이미지에 가둬 연기하는 사람들은

시작은 좋지만 끝이 좋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


그간 본성을 참고 억누르느라 쌓인 스트레스들을

끝모습에 터트리고 자멸하곤 했다


한 땀 한 땀 쌓아 올린 첫인상과의 괴리감을 느낄 때

‘아닐 줄 알았는데 또 속았네’ 생각한다


첫인상이 평생 간다는 말은 루머다

첫인상은 항상 배신한다









헤어짐도 만남처럼

마주 보며 하는 인사가 필요하다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늙지 않는 건

누군가의 마지막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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