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는데 환한 불빛이 길을 비추고 있다
이 밤중에 쌍라이트라니?
뉴스와 여러 프로그램들 속 흉흉한 이야기들 때문인지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차 근처로 간다
막상 부근으로 가니 눈이 부시다
앞은 쌍라이트 때문에 잘 보이지 않고
옆 창문은 선팅이 되어 뭔가를 볼 길이 없다
다행히
어떤 일이 있던 건 아니었다
별거 아닌 일도 한 번은 다시 생각하는 편
집으로 들어오는데 문득
‘어둠을 숨길 수 있는 건 밝음일까‘ 하는 생각을 한다
시야 확보나 차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필요한 쌍라이트
그렇지만
정작 상대방은 불빛 외에 차의 존재를 제대로 볼 수 없다
어렸을 때
큰 발이 콤플렉스라
늘 작은 사이즈의 운동화를 사곤 했다
양말까지 신으면 발톱이 신발 앞코에 닿고
조금 빨리 뛰면 엄지발가락이 쾅쾅 울리듯 아팠다
아픔은 발바닥과 종아리까지 타고 올라와
내 걸음걸이를 뒤바꿨다
제대로 걷는 걸 포기하고
갓 태어난 아기고라니처럼 걸을 만큼 큰 발이 창피했나
지금 와서는 이해할 수 없지만
그땐 그 별거 아닌 걸 참 별 것처럼 느꼈다
나이 먹어가며 늘어난 콤플렉스들을
쿨한 척 오픈하기가 어려워 꽁꽁 숨기기만 했다
쾌쾌했던 회색빛이 까맣게 변할 때까지 그랬다
산책길에 본 쌍라이트에서 답을 얻는다
긍정은 부정을 눈부시게 하고
밝음은 어둠을 감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