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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민주 Sep 09. 2024

떠나 버릴 준비

#작가의 말

사랑했던 것들을 떠나는 것은 퍽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과거형이기도 하고, 현재형이기도 하며, 미래형이 될 것이다.


무엇을 떠나보내는 것은 어려우나, 보내는 것이 어렵다면 떠나 버리는 쪽을 택하기로 결심했다.


이 소설은 2022년과 2023년 동안 썼던 단편 중 가장 마음이 많이 쓰였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세계관을 만들고, 캐릭터를 만들고, 전혀 경험한 적이 없음에도 우혁과, 우희와, 유주를 떠나보내는 것이 힘겨워 내내 손에 쥐고 있었지. 때로는 그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인양 사람들에게 그들의 고민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금도 어딘가 카톡을 보내면 금방 '언니, 잘 지내?'하고 답장이 올 것만 같다.


여름 동안 나는 몇 차례에 걸쳐 나와 관계를 맺고 있었으나 더 이상 지속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대부분 정리했다. 퇴사를 했고, 오랜 동창의 연락처를 하나 삭제했으며, 주변과 물성을 정리하는데 몰두해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는 과거에 썼던 이 단편들도 포함된다.  


당시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완성하고 보니 죄다 방랑자들 뿐이어서 지금의 시선으로 이것들을 바라보니 퍽 우습고, 귀엽고, 안쓰럽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이들을 떠나 버려야 한다는 것. 다음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 그것이 내게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과거의 민주와 현재의 민주와 미래의 민주는 같은 결의 사람이겠지만(아마도 벗어나진 못하겠지만) 다른 사람이 되어갈 것이다. 그리고 더 다정한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것 하나 정도는 오만하게 판단을 내려두고 싶다.


작가의 말을 쓰려던 차에 생각지도 못한 연락을 받았다. [말할 수 없는 세계]의 첫 수록작 <새끼들>을 쓰던 때에 그 소설을 어마무시하게 비난하던 선배로부터 갑작스레 온 연락이었다. '처음엔 왜 하필 지금이지?'라고 생각했고, 나중엔 '타이밍 한 번 죽이네, 생각했다.' 그리고 진짜 이 세계관의 마지막을 맺으려는 지금은 '지금이어서 다행이야'라고 생각한다. 첫 수록작을 쓰던 때와 작가의 말을 쓰던 나 사이엔 분명한 차이가 있고, 이제 나는 '말할 수 없는' 나의 면면들을 더 꽁꽁 숨긴 채 그저 유쾌한 사람으로 남으려 한다. 아마도 그것이 좋겠지.


장편을 쓰고 있는 지금, <새끼들>의 유주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여다보고 있다.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써 나가려 한다. 그전에 이 소설집을 반드시 마무리해야 했다.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돌아보더라도 웃고 말 것이다. 그리고 다음을 쓸 것이다.  


2024년 가을,

곽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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