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히 혼자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할 수 없다. 옆집, 앞집, 누구 하나 믿을 수 없이 범죄가 일어난다. 어릴 적만 해도 이사를 오게 되면 이사 떡을 나누어 주며 인사하는 문화도 있었다. 여전히 순수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인사해주시는 이웃들은 고맙고, 배우고 싶은 모습이다. 하지만 막상 나도 그렇게 해보려니 쉽지 않다. 의심과 불안이 찾아오면서 뉴스에 나왔던 범죄 현장을 떠올리게 된다.
술에 취했거나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집이 헷갈려 다른 이웃집의 도어락을 누르는 경우나 같은 층을 올라가는 이웃과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알 수 없는 긴장감이 형성되는 이야기는 이미 익숙해져 버린 에피소드다. 얼마 전에도 들었다. 어떤 사람이 밤늦은 시간에 같은 층에 사는 분과 엘리베이터를 타게 되었고 홀로 겁을 먹고 의심을 하다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마자 아무 집 도어락을 열었는데 하필 같이 엘리베이터 탔던 사람의 집을 누르게 되어 서로 민망했던 이야기도 들었다. 황당하기도 하지만 얼마나 무서운 세상이면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최대한 혼자 사는 집이라는 행적을 감추기 위해 애쓴다. 이웃과 한 번도 마주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게 될 타이밍이면 그냥 몰래 계단으로 올라간 적도 있다. 슬프고 안타깝지만 조심해서 나쁠 거 하나 없는 현실이다.
지금 사는 집은 집주인이 맨 윗 층에 함께 거주하고 있어 비교적 안전하다. 만일, 집주인이 함께 거주하고 있지 않거나 안심되지 않는다면 집 안에 작은 씨씨티비를 다는 것을 추천한다. 빈집에 움직임이 감지될 때마다 휴대폰에 알람이 울려서 누가 들어왔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다.
건물에 집주인이 산다고 해서 범죄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조심해서 나쁜 거 없는 몇 가지를 나눠보자면, 우선 택배 상자에 붙여진 라벨은 꼭 떼고 분리수거 해야 한다. 라벨지에는 나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까지 적혀있기 때문에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 또 요즘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으로 누구나 자신의 일상을 공개하고 또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서로 소통하는 세상이 된 건 좋지만, 어딜 가던지 꼭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난다. SNS에 올린 개인 정보나 동네를 찾아내어 범죄를 꾸미는 사람이 존재한다. 나의 정보나 주소가 너무 훤하게 드러난 것은 아닌지 꼭 확인하자.
그리고 나도 자주 지키지 못하는 것이지만 집을 비우거나 방 안 불이 훤히 켜진 밤에는 창문을 꼭 닫아두는 것이 좋다. 밤에 불 켜진 방은 건너편에서 내부가 잘 보인다고 한다. 창문을 타고 들어와 카메라를 달거나 몰래 속옷을 훔쳐 가는 말도 안 되는 범죄도 자주 있지만, 특히 나 혼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최대한 알리지 않는 것이 좋기 때문에 창문 속 나의 존재는 숨길수록 좋다.
이 지침서를 쓰면서도 이렇게까지 나를 숨겨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이 지침서는 너무 과하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렇게 지키지 않아도 범죄는 일어나지 않는다며 그냥 편하게 살아가라는 말과 함께 완연히 혼자 살기 좋은 세상임을 느끼는 날이 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