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앵 인테리어 04
각 나라의 작가에게는 저마다 모국어에 대한 국뽕이 있을 것이다. 꼭 작가가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전국민은 이미 의무 교육 시간에 포함된 정규 국어 수업을 통해 제공된 하나의 약에 중독돼 있다. 바로 한국어가 세계적으로 ‘다양한 색채를 표현하는 언어’라는 약이다.
영어는 빨강색을 단순히 레드(Red)라고 표현할 수밖에 다. 하지만 위대한 한국어는 ‘불그스레’, ‘불그죽죽’. ‘불그스름’, ‘불그댕댕’, ’붉으락푸르락’ 등등등으로 다양한 색의 스펙트럼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다. 우리는 이런 위대한 언어를 모국어로 지녔다는 자부심 1을 획득하고 살아왔다. 하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이 말이 얼마나 말짱 도루묵인지 알 수 있다.
자, ‘불그스레’, ‘불그죽죽’, ‘불그스름’, ‘불그댕댕’, 붉으락푸르락’ 각각 이 단어들을 듣고 색을 떠올려보자. 여러분은 아마 정확한 색을 떠올릴 수도 없고, 각각의 특성을 정확히 구별해낼 수도 없을 것이다. 이런 예를 들어보면 어떨까. 여러분은 집에 마음을 심어 주기 위해 페인트공으로 전직한 슈퍼마리오를 불렀다. - 편의상 이 슈퍼마리오는 한국어학당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 슈퍼마리오는 다음과 같이 묻는다.
“어떻게 칠해드리리오?”
여러분은 위대한 한국어 사용자로서 자신있게 답한다.
“불그죽죽하게 칠해주세요.”
미국 태생의 슈퍼마리오는 일생일대의 고민에 빠진다.
“대체 어떻게 칠하란 마리오?”
그렇다. 안타깝게도 한국어의 색 표현은 색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주지 못한다. 주관적 느낌이 담겨 있을 뿐이다. 그에 비해 표현력이 떨어진다고 배웠던 영어는 사실 1000여 개가 넘는 색상 표현을 지니고 있다. 그 경이로운 세계의 단면을 아래의 색상표에서 맛보기 할 수 있다.
앞서 1화에서 ‘색’은 파리지앵 인테리어의 4대 핵심 요소 중 하나라고 정의한 바 있다. 색은 곧 파리지앵의 자유를 상징한다. 여러분의 영혼의 빛깔을 찾아내 여러분의 공간을 물들여 보기를. 나의 빛깔은 라구나블루, 즉 ‘연못의푸른빛’이었다. 여러분의 영혼은 ‘태평양의푸른빛’이거나, ‘안개속의장미빛’, ‘봄의초록빛’, 또는 ‘황제의금빛’일지도 모른다. 파리지앵의 빛깔을 찾았다면 이제 파리지앵 인테리어를 시작할 자격을 획득한 것과 다름 없다. 슈퍼마리오에게 당당해질 수 있다. 만약, 스스로 슈퍼마리오가 되기로 결정했다면 오늘의 주간 인테리어 포인트를 필독!
| 페인트 선택
1인 셀프인테리어 시에는 작업 시간이 오래 걸려 장기간 페인트 독성에 노출되므로 가격에 차이가 있더라도 꼭 친환경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페인트는 희석제에 따라 크게 ‘수성’과 ‘유성’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아래의 키워드 차이를 확인하고 용도에 알맞게 사용하면 된다.
수성 페인트 : 냄새 약함, 건조시간 빠름, 물로 희석 가능, 내구성 낮음, 접착력 약함(목재, 벽지, 콘크리트) 주로 실내용.
유성 페인트 : 냄새 강함, 건조시간 느림, 신나로 희석, 내구성 높음, 접착력 강함(철재, 외벽, 타일), 주로 실외용.
덧붙여 최상의 색을 내고 싶다면 페인트업계의 대표적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단, 프리미엄 제품인 만큼 일반 페인트의 2 ~ 3배 가격이다. 각 회사의 홈페이지에는 해마다 올해의 색을 선정해 발표하는 등 재밌는 이벤트도 벌이고 있다.
* 대표 브랜드 페인트 : 벤자민 무어(미국), 던 에드워드(미국), 듀럭스(네덜란드), 팬톤페인트(한국)
| 페인팅
페인팅은 쉽게 보아선 안 되는 중노동이다. 8평 크기의 벽 한 면을 칠하는 데, 보통 성인 여성 1명이 작업한다면 4 ~ 5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예상해야 한다. 다음 단계에 따라 3회로 나누어 페인팅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1. 벽에 스케치를 한다는 기분으로 쓱싹쓱싹 모든 면에 대충 색을 묻혀준다. -> 건조 1h ~ 2h
2. 꼼꼼하게 색을 덧입혀 본래 내가 얻고자 했던 색감을 최대한 낸다. -> 건조 30m ~ 1h
3. 매의 눈으로 티끌만한 빈틈까지 찾아내어 색이 덜 입혀진 곳이 없도록 한다.
이때 처음에 칠한 색과 나중에 칠하는 색 사이에 색감의 차이가 나서 놀랄 수 있다. 이는 당연한 현상으로 중간에 페인트에 다른 물질을 첨가하지 않은 이상 벽이 마르면 감쪽같이 동일한 색깔로 맞춰진다.
* 이 칼럼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HAGO와 함께 합니다.
새로운 칼럼은 매주 금요일마다 HAGO Journal 란에 선공개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