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명진 Aug 17. 2018

두려움 없이 월세집 꾸미기

파리지앵 인테리어 13

두려움 없이 실험해보는 월세집 인테리어


파리지앵 인테리어 이야기도 벌써 열세 번째를 맞았다. 90년대에 지어져 여러 세입자를 거치며 낡을 대로 낡았을 뿐이었던 나의 연남동 집도 그 사이 대단한 변화를 겪었다. 다른 여러 블로그에서 볼 수 있는 셀프인테리어 후기처럼 비포 - 애프터를 극적으로 전시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시행착오의 과정을 오히려 알리고자 했다.


사실 일반적으로는 이렇게 해놓으면 땡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셀프인테리어는 자신의 집을 구하고 나서야, 혹은 최소한 전셋집 정도는 되어야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여기면 우리 시대의 젊은 청춘들은 한참의 세월을 보낸 후에야 겨우 페인트붓을 손에 쥘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주어진 그대로의 그저그런 생김새의 월세집 또는 원룸, 고시원 등에서 살아가면서 말이다.


기다릴 필요가 없다. 월세집이어도 상관 없다. 아니, 월세집 셀프인테리어만 전문으로 해온 나로서 말하자면 오히려 월세인 것이 좋다. 월세집 셀프인테리어를 할 때 가장 두려운 것은 아마 망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일 것이다. 가령, 벽에 구멍을 뚫고 액자를 걸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 위치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든가, 페인트를 칠했는데 원하는 색이 아니거나, 데코타일을 깔고 몇 개월 지냈는데 질려버렸다거나 하는 일이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걱정할 필요 없다. 잘못 뚫어버린 구멍을 감쪽 같이 감출 수 있는 마감재가 있고, 페인트는 다른 색으로 덧칠하거나 새로운 벽지를 얼마든지 바를 수 있다. 데코타일은 지난 회에서 얘기한 대로 접착하지 않고 시공을 했다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간단히 교체하면 그만이다(비접착 데코타일은 장판 위에 시공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월세집은 내 집이 아니니 오히려 홀가분하게 여러가지 실험을 마음대로 해볼 수 있어서 좋다.


이런 과감하면서도 절묘한 인테리어 감각은 결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실패해보자


극도로 절제된 이런 인테리어 또한 오랜 숙련의 결과일 수밖에 없다. 색조의 균일함, 액자 속 그림과 침구의 색을 맞춘 섬세함에 주목


가급적 집주인과 미리 셀프인테리어를 할 거라고 계약을 하고 집을 구하면 더 좋지만, 그렇지 못했더라도 떠날 때 원상복귀를 해야 하는 걱정은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를 부르며 훌훌 털어버리기 바란다. 월세집 주인이 원하는 그저그런 초기 인테리어 상태로 복귀시키는 비용은 크게 잡아도 20-  30만 원 내외일 테니, 그냥 그 비용을 미리 지불하고 커다랗고 비싼 도화지를 샀다고 여기면 되는 것이다.


나의 파리지앵 인테리어는 두려움 없이 시작되어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서서히 나 자신의 내면을 닮아갔다. 지난 회에서 소개한 침실도 예외 없이 변화를 거듭했다.






weekly interior point | 실패 끝에 얻는 나만의 취향



침실을 감싸고 있던 본래의 오래된 아이보리색 벽지는 1년이 지나지 않아 눈밖에 났다. 잠자리에 들 때, 아침에 깨어날 때를 가리지 않고 나는 혼자서 침실의 벽지를 흉봤다. 못생겼어. 나의 침실은 이래서는 안 돼. 침실에 걸어둔 고흐의 방 그림을 보면 다시 예전처럼 파란색을 칠하고도 싶었고, 프렌치화이트 같은 좀 더 고급스러운 하얀색을 칠해보고도 싶었다. 아무튼 기존 벽지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멋대로 그림을 그려본다거나, 인테리어 잡지에서 본 것처럼 작은 그림 액자를 여러개 진열해보는 등 다양한 실험을 우선 진행해보았다. 결론은, 침실 벽은 역시 깔끔한 게 좋으며, 파란색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수많은 실패 끝에 얻은 튼튼한 취향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 무슨 정신으로 이런 걸 했는가 싶지만, 하지 않았다면 지금에 이르지 못했을 것이다


침실 시즌 2 - 레인보우 샹들리에와 바다가 있는 침실


때는 여름이었다. 내 머릿 속에 떠오른 하나의 이미지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한 장면이었다. 바로, 영화의 아련한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도 있는 순간, 해저를 테마로 한 호텔에서 조개 모양의 침대에 누워 조제와 츠네오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 문득, 바다가 담긴 침실이 되었으면 싶었다. 곧 페인트 업체의 색상표를 뒤져서 내가 찾아낸 색은 바로 중앙아메리카의 바닷빛을 닮은 ‘코스타리카블루’였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해저 호텔 장면


새로 칠한 침실의 코스타리카블루빛 벽은 정말 바다 속에 잠겨 있는 느낌을 주었다


침실에 바닷물을 채우는 일은 성공했으나 영화 장면에서 처럼 반짝이며 움직이는 물고기들은 무엇으로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이었다. 밤이면 소형 플라네타리움을 켜서 비슷한 느낌을 얻곤 했지만, 조금 더 상시적으로 반짝이는 느낌을 얻고 싶었다. 그러던 때에 마침 다음의 사진을 발견했다.


SNS에서 이 사진을 본 후 이거다! 라고 무릎을 쳤다(실제로는 치지 않았다)


내 머릿 속에 반짝 떠오른 것은 샹들리에였다. 그러나 샹들리에의 가격은 아시다시피 어마어마하다. 그간 갈고 닦은 DIY 노하우를 발휘해야 할 순간이었다. 나는 8만 원대의 비교적 저렴한 샹들리에를 구입하여 장식 보석을 바꾸는 우회로를 선택했다. 덕분에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는 나만의 특별한 크리스탈 레인보우 샹들리에를 만들 수 있었다.


큐빅으로 장식된 저렴한 샹들리에를 구입해...


감탄한 사진과 같이 색색깔의 크리스탈 보석을 새로 구입해 교체했다


최종 버전은 샹들리에 몸체도 침실과 어울리도록 하얀색으로 페인팅


다양한 모습으로 나를 꿈의 바다에 초대했던 파란빛 침실


2018. 6. 1. 멀고느린구름.




* 이 칼럼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HAGO와 함께 합니다.

새로운 칼럼은 매주 금요일마다 HAGO Journal 란에 선공개됩니다 :  )

이전 13화 가장 작지만 완벽한 침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