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이 묻고 HR이 답한다
앞의 글(6. 직급 체계와 승진)에서 아래 3가지를 다음 글에서 다루기로 했습니다.
1) '직급별 급여 수준' 세팅 + 직급 수당 운영 방법
3) '직급체류연한' 세팅과 운영 ← 이번에 다룰 주제
이 내용들은 HR 업무를 해 보았거나 공부한 사람 또는 검색해 보면 알만한 것들입니다. 그래서 알만한 내용들은 간단하게 언급만 하고 실무에서 고민 또는 이슈가 되는 부분을 위주로 작성하겠습니다.
직급체류연한은 특정 직급에서 차상위 직급으로 상승(승진) 하기 위한 최소한의 기간입니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승진만 관련이 있는 것 같지만 신규입사자의 직급을 결정할 때도 직급체류연한은 기준이 됩니다.
첫 번째, 신규입사자 직급 결정과 직급체류연한
채용의 마지막 단계인 처우 협상 단계에서 연봉과 함께 직급을 무엇으로 할지 협의하게 됩니다. 이때 직급은 산정된 입사예정자의 경력년수를 기준으로 직급체류연한 표와 비교하여 정합니다. 예를 들어 경력년수가 7년 차라면 대리 7년 차가 되는 방식입니다.
경력년수은 '7년 4월 16일'과 같이 산정됩니다. 이때 내부적으로 경력년수를 산정하는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기준이 필요한 이유는 인사 담당자 또는 신규입사자에 따라 경력산정이 제각각 되는 것을 방지해서 인사의 원칙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15일 이상은 1개월로 본다.
7월 이상은 1년으로 본다.
입사 1년 미만인 직원은 승진 후보자에서 제외한다 등
앞서 말한 '7년 4월 16일'인 경력의 직급연차는 '대리 4년 차(당해연도 승진 후보자 제외)'가 됩니다. 왜 대리 3년 차가 아니지? 하는 의문을 갖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7년 5월은 사원으로 만 4년, 대리로 만 3년 4월 16일을 근무했다는 것이며, 이는 횟수로 계산하면 대리 4년 차로 5개월을 근무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러므로 직급/연차는 대리 4년 차가 됩니다.
신규입사자는 회사에 적응할 시간도 필요하지만 회사에 적합한 사람인지 검증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예외 케이스가 아니라면 입사한 지 1년 미만인 직원은 승진 후보자에서 제외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기존 직원들이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왜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까
통상적으로 신규입사자, 특히 경력직은 전 직장 대비 연봉을 높여서 입사합니다. 연봉을 높여서 입사했는데 1년 안에 승진해서 또 급여가 높아지면 어떨까요? 기존 직원들은 '급여를 얼마나 뻥튀기시키는 거야? 하는 불만과 '뭘 안다고 승진시켜?' 하는 불만이 생깁니다. 당연히 근무의욕이 떨어지고 인사체계와 승진제도가 엉망이라고 생각하고 신뢰하지 않고 퇴사 욕구가 생길 것입니다.
전 직장 연봉 이하로 입사한 사람은 예외 케이스로 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연봉 협상하면서 돌아오는 승진 시기에 후보자로 포함시키는 것을 연봉 협상 조건으로 제시할 수 있습니다. 물론 승진 후보자로 포함하는 것이 조건이 되려면 당연히 승진급이 존재해야 합니다. 추가로 꼭 채용해야 하는 우수한 인재라면 승진 후보자로 제외하는 조건은 상황에 따라 제외할 수 있습니다. (극히 예외적으로)
두 번째, 승진 후보자 선정과 직급체류연한
승진은 다음의 프로세스를 가집니다.
[승진후보자를 정한다 → 누구를 승진시킬지 심의한다 → 승진 대상자를 결정한다 → 승진 발령한다 → 승진 직급으로 직급이 변경된다 → 바뀐 직급에 맞춰서 급여를 인상한다]
승진후보자를 정하는 것은 승진 심의 대상자를 누구를 할 것인지 명단을 작성하는 행위를 의미합니다. 이때 직급체류연한을 채운 직원이 첫 번째 기준이 됩니다. 이외에도 여러 승진 요건이 있지만 이 내용들은 '승진'을 주제로 작성하는 글에서 다루겠습니다.
앞의 직급체류연한 표를 기준으로 할 때, 각 직급의 4년 차 이상인 직원들이 승진후보자가 됩니다. 정확하게는 승진발령일을 기준으로 직급체류연한이 될 것이라 예상되는 직원들이 승진후보자가 됩니다.
부장으로 몇 년을 재직하나
직급 체류연한은 조직구조와 연결됩니다. 직급체류연한 짧을수록 짧은 시간에 고직급이 양산될 확률이 높습니다. 가장 낮은 직급에서 맨 위의 직급까지 승진하는데 걸리는 최소한의 시간은 각 직급의 모든 체류연한을 합한 값과 동일합니다.
앞서 예로 든 직급체류연한을 기준으로 하면 사원에서 부장으로 승진하기까지 16년이 걸립니다. 16년이면 30살에 입사했다는 가정하에 46살에 부장이 되는 거죠. 정년이 60살이면 14년을 부장으로 재직하게 됩니다. 현실적으로 50대 초중반까지는 회사 생활을 한다면 14년 동안 부장은 아니더라도 5~10년은 부장으로 재직할 거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고직급이 많다는 의미
회사에 고직급이 많다는 것은 경험과 역량이 있는 직원이 많다는 의미도 되지만, 회사가 늙었다는 의미도 됩니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늙었다는 것은 역동적이지 않고 현재에 안주하기 쉽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시장의 변화와 트렌드에 뒤쳐지기 쉬우며 경쟁력을 점차 잃어간다는 말이 됩니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단지 대체로 그렇더라 정도로 해석하기 바랍니다. 젊은 직원, 직급이 낮은 직원이 많다고 해서 역동적이고 경쟁력이 높지만은 않죠.
역피라미드 문제
회사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직급 분포가 되어야 합니다. 이는 업종/직군마다 다를 수 있어서 어떤 모양이 적정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의 직급일 때, 대리→과장→사원→차장→부장 순으로 인원이 많은 비율을 유지하는 게 이상적입니다. 가장 활동적이고 열심히 일할 대리/과장 직급이 많은 게 좋은 거죠.
역피라미드 문제는 주로 150~500명 정도 규모의 제조업에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더 자세하게는 회사 위치가 약간 고립되어 있거나 이직이 어려운 성격의 업종이거나 고정적인 매출처(고객)가 있는 회사일 수록 이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습니다. 대처 방법으로 고직급의 체류연한은 늘리거나 모든 직급의 체류연한 자체를 아예 없애는 등 직급체계를 개선하고 경력개발체계를 일반직과 전문직 같은 형태로 분리해서 운영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직급체류연한은 어떻게 정하나
체류연한은 다음 직급을 수행하기 위해 성과와 역량을 쌓는 최소한의 기간을 정한 것입니다.
① 직무분석이 되어 있다면
직무분석의 결과로 해당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력년수를 도출할 것입니다. 이 경력년수가 직급체류연한를 정하기 위한 기초데이터가 됩니다.
직무 레벨이 직급과 1:1로 매칭된다(사원 = 레벨1, ... 부장 = 레벨6)는 전제일 때, 모든 직무의 레벨2가 되기 위해 필요한 직무 경력년수의 최소값, 평균값 또는 중위값, 최대값을 도출합니다.
이렇게 도출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최상위 직급에서 정년까지 몇 년을 재직하게 할 것인지, 조직구조를 5, 10, 15, 20년 단위로 시뮬레이션한 값을 참고하여 직급체류연한 2~3개 대안을 작성합니다.
작성한 대안 2~3개를 경영층에 보고하여 의사결정을 받아 직급체류연한을 정합니다.
그다음 할 일은 직급체류연한에 맞춰서 현재 재직 중인 직원에게 직급을 부여하는 일입니다. 직원의 경력 중 아르바이트와 같은 경력은 제외하고 사내/외 경력을 모두 합산하여 경력년수를 도출합니다.
② 직무분석이 되어 있지 않다면
직급체류연한은 경쟁사 또는 일반적인 다른 회사들의 사례를 조사하여 정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사례 조사결과를 토대로 5, 10, 15, 20년 단위로 시뮬레이션고 조직구조를 예측하여 직급체류연한 2~3개 대안을 작성합니다.
2~3개 대안을 경영층에 보고하고 의사결정을 받아 직급체류연한을 정합니다.
직급체류연한에 맞춰서 현재 재직 중인 직원에게 직급을 부여합니다.
현실은 직무분석이 안되어 있는 회사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타사 사례를 조사하여 직급체류연한을 정하리라 생각합니다. 타사 사례를 참고하더라도 시뮬레이션은 꼭 해야 합니다. 고직급이 많은 역피라미드 조직이 될 확률이 높아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