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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우 Jan 08. 2016

미국의 화장실은 한국과 무엇이 다른가?

장애인에 대한 배려, 청결의 문제


미국의 화장실에서 미국을 엿보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화장실이 있다. 그리고 세계 어느 곳이나 화장실 문화가 다르다. 그 차이를 통해 각국의 특징을 엿보는 것은 어렵지는 않다. 어떤 화장실에는 물비누가 있고, 어떤 화장실에는 고체 비누가 있고, 고체 비누를 놓더라도 싸구려 비누를 놓는 곳이 있고 Lush의 비누를 놓는 곳이 있다. 그리고 비누가 아예 없는 화장실도 있다.


물론 한 국가 내에서도 각각의 화장실들은 특색을 가질 것이고, 내가 방문한 국가의 몇몇 화장실만을 가지고 그 국가의 화장실을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국가의 화장실에서 타국가에서 발견할 수 없었던 특징들을 발견한다면, 이는 해당 국가를 특징짓는 요소로 파악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또한, 국가를 특징짓지는 못한다고하더라도, 해당 국가의 영업주들이 어떤 마인드로 화장실을 관리하고 있는 지 정도는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남녀공용화장실이 2개라는 것

사진의 화장실은 미국 브루클린에 위치한 Brooklyn Roasting Factory에서 찍은 것이다. 이 카페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따로 다룰 생각이니 이 글에서 굳이 다루지는 않겠다. 이 카페에는 화장실이 두 개가 있었는데 모두 남녀공용화장실이었다.


남녀공용화장실이 2개


남녀공용화장실이 2개라는 것은 왜 특이한가? 한국의 가게들을 돌아보면 화장실이 하나인 경우엔 남녀공용화장실이다. 그리고 화장실이 2개인 경우엔 각각 남자화장실, 여자화장실 역할을 하고 있다. 화장실이 2개인데 남녀공용화장실로 구성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이게 브루클린 로스팅 팩토리만의 특징은 아니다.


타코집 빌딩이 어마어마하다
남녀공용화장실이 2개


워싱턴의 DISTRICT TACO에서 끼니를 떼웠을 때도 화장실을 방문해보았다. 이 가게에도 화장실이 2개가 있었는데 2개 모두 남녀공용화장실이었다.


남녀공용을 넘어서, 장애인들까지!

화장실의 내부를 보여줄만한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내가 접한 화장실들은 대체로 장애인들을 배려하고 있었다. 즉, 화장실 한칸을 남자와 여자 그리고 장애인들도 함께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한국은 이와달리 남자 화장실과 여자화장실이 있고, 장애인용 남자화장실과 장애인용 여자화장실을 따로 둔다. 화장실이 하나인 경우엔 남녀공용인 경우가 태반인데, 이 때 장애인도 배려하는 화장실은 한번도 본 적이 없다.


한국의 영업장들이 남녀공용화장실 하나만 두는 것을 딱히 비판할 생각은 없다. 이는 한국 건물주들의 앞뒤안가린  '높은 전월세'로 인한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전세나 월세가 높아질 수록 영업주는 더 바짝 벌어야되고, 이로인해 화장실에는 더 적은 평수를 할애할 수 밖에 없게된다. 화장실이 적어지거나 작아질 수록 테이블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한국의 화장실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되고 확대될 것이다. 건물주들의 "나만 잘살면 되"정신이 앞으로도 잠잠해질 것 같진 않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이전에 썼던 글이 있다.



한 화장실을 남녀, 장애인들이 모두 쓰게 하면 무엇이 좋은가?

남녀 화장실이 각각 있는 경우를 상상해보자. 남자 둘이 남자화장실에서 줄을 서고 있는데, 이 때 여자화장실이 비어있다면? 이는 공간의 낭비다. 남녀를 바꿔도 마찬가지다. 남녀화장실을 각각 하나씩 두는 것보다 남녀공용화장실 2개를 두는 것이 합리적인 이유다.


장애인 화장실을 따로 두는 것과 혼용하는 것의 차이

남녀공용화장실 2개를 쓸 때 장애인들도 이를 쓸 수 있게끔 여러 장치를 해놓는다면, 이는 장애인들에게 이로울까? 적어도 한국의 남녀공용화장실은 장애인들을 배려하지 않기에 이보다는 확실히 나아보인다.


장애인들에게 최선인 화장실을 고민해보자. 그리고 한국의 남녀공용화장실은 장애인을 전혀 배려하지 못하므로 애초에 고려대상에서 제외하자.


미국식의 남녀공용화장실 2개가 한국식으로 남녀화장실을 각각두고 장애인남녀화장실을 또 각각 두는 것보다 나을까?(화장실 4개) 오로지 장애인들의 입장만 생각해본다면 미국식보다는 한국식의 방식이 나을 것 같다. 미국식은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줄을 서기 때문에 장애인이 더 줄을 오래 서야하는데 반해서, 한국식은 장애인들만을 위한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장애인들은 장애인들끼리만 줄을 서면 된다.


하지만 앞선 비교는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비교다. 한국의 4개 화장실 방식은 너무 비용이 많이 들고 실제로 한국에서도 이런 화장실을 찾기는 매우 어렵다.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것이 1개의 남녀공용화장실이며 그나마도 장애인들을 배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국 화장실들의 현실이다. 따라서 우리가 만약 화장실을 더욱 합리적으로 개선한다고하면 미국처럼 남녀공용화장실을 2개로 놓고, 그 2개의 화장실이 장애인을 배려하게끔 만드는 게 최선이 아닌가 한다. 물론 이마저도 욕심쟁이들 건물주들을 고려한다면 '현실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한 개선책'이긴 하다.


미국의 모든 곳이 이런식으로 되어있는 것은 아니다.

브로드웨이에서 <레미제라블>을 봤을 때도 화장실을 갔었다. Interval 때 남녀할 것 없이 모두가 화장실을 가는데, 이때 Men's Room과 Women's Room이 따로 있었다. 워싱턴에서 뉴욕을 가는 Megabus를 기다릴 때는 Union Station에 있었는데 그곳에서도 남녀화장실을 구분해놨었다.


왜 어떤 때는 남녀화장실을 구분하지 않고, 어떤 때는 구분하는 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건물의 사이즈에 따라 이렇게 나누도록 법이 정해놓은 것인지, 해당 건물 관리자나 영업자의 재량에 의해 이렇게 된 것인지는 따로 공부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Emlpoyees Must Wash Hands Before Returning To Work"


브루클린 로스팅 컴퍼니의 화장실로 돌아와보자. 이 화장실의 세면대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종업원들은 일터로 돌아오기전에 무조건 손을 씻어야합니다"



종업원들에게 손 씻기를 요구하고 있으니 당연하게도 세면대에는 물비누가 준비되어 있었다. 미국은 물티슈를 배치하기보다는 화장실에 있는 비누로 이를 대신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그리고 대부분의 화장실에는 물비누가 충만했다.

우리 가게가 이렇게 깨끗해요!

표면적으로는 종업원들에게 손 씻기를 요구하고 있고, 실제로 이 문구를 보고 손을 씻는 종업원들이 많을 것이다. 한편 손님의 입장으로 이 문구를 보면 뭔가 기분이 좋아지거나 안심이 되는 부분이 있다. 이 가게의 종업원들은 손을 씻고 다니는구나, 라는 인상을 받기 때문이다. 그게 안되더라도 적어도 사장은 종업원들에게 청결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게 보이니 음식도 청결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의심을 하자면 할 수도 있다. 손님들이 보는 화장실에만 '손씻으세요'라고 해놓고, 정작 요리를 할 때는 더럽게 할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런 의심을 무찌르려는 듯이 미국의 가게들은 대부분 조리 공간을 모두 유리창 등을 통해 오픈해놓았다.


브루클린 로스팅 컴퍼니
하버드 대학 앞에 있는 치폴레. 모든 것이 오픈되어있다
장갑을 끼고 조리하는 모습
뉴욕의 Five Guys. 오픈!
뉴욕의  Five Guys. 조리과정이 모두 오픈되어있다.

대부분의 가게들이 화장실에서 종업원에게 손씻기를 요구하고 또한 조리과정을 고객이 직접 볼 수 있게끔 오픈해놓으니 고객 입장에서는 믿고 먹을 수 있다. 한국의 가게들 중에서도 이렇게 조리과정을 모두 볼 수 있게끔 해놓은 곳들이 많아졌다. 이는 가게와 고객간의 정보비대칭을 완화해주고, 가게의 영업과 고객의 재방문에도 도움을 줄 거라 생각한다. 이러한 넛지(nudge)가 좋은 것은 무엇보다도 돈이 안든다는 점이다.


이런 부분은 얼마든지 한국에도 적용할 수 있다. 화장실에 "종업원들은 모두 손을 씻고 일터로 돌아오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그리고 화장실에는 제발 (물)비누좀 갖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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