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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엔드 Oct 06. 2020

점심에 해장국 먹었습니다.

2020.6.12.

어제 마신 술이 아직 체내에 남아있어, 오늘도 여러모로 집중이 안 되는 하룹니다. 저녁에 또 한잔 하려면 점심엔 해장국을 먹어줘야 합니다. 주변에 잘하는 집이 하나 있습니다. 무려 1967년부터 영업한 노포입니다.

빈 따릉이가 없습니다. 할 수 없이 걸어갑니다.

혼자세요?
네. 해장국 하나 주세요.

몇 년 전까지는 골목 구석 허름한 곳에서 영업하던 집입니다. 그러다 아예 대로변에 건물을 새로 지어서 이전했는데, 갈 때마다 느끼지만 장사가 예전만큼 안 되어 보입니다. 맛은 여전한데 말입니다. 장사란 게 참 어렵습니다.

해장국이 금방 나옵니다. 다진 고추를 넣고 휘휘 저어줍니다. 선지를 토막 내어 밥과 함께 뜹니다. 뜨겁지 않아 술술 넘어갑니다. 선지는 신선하고 국물은 담백합니다. 우거지와 고기가 기분 좋게 씹힙니다.

문득 생각해보니 어머니라는 단어가 상호명에 쓰기 참 좋아 보입니다. 혹시 어머니한의원은 없나 검색해봅니다.

없습니다. 너무 촌스럽나 봅니다.


무채는 굳이 왜 주는지 모르겠는데 그냥 나오니까 먹습니다. 김치 깍두기는 늘 두 번씩 리필합니다.


큰 식당이니 고민 없이 카드를 내밉니다. 재난 지원금 잔액이 4960원. 맥주 살 때 써야겠습니다.

해장국 1그릇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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