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의기쁨 Jun 28. 2024

용기라는 이름

낯선 상상 #7

"마츠모토. 그날은 그렇게 시작되었다네."


유령 같은 의문의 한 남자는 과거를 회상하며 마츠모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그날은 비가 오는 날이었지.
난 말이야. 
이상하게 비가 오는 날이 너무 싫었어.

딱히 이유는 없었어.
뭐... 굳이 하나 찾아보자면 옷이 젖는 것이 너무 싫었다고 해두지.

그래서 보통 비가 오면 집에만 있었다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 밖으로 나가고 싶었단 말이야.
지금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

우산을 쓰고 길을 걷고 있는데 자동차 한 대가 내 옆을 지나갔다네.
근데 내 눈에 보이는 그 차의 상태가 이상하더군.
그러다가 그 차는 빗길에 미끄러지면서 어느 한 여성을 쳤다네.

여성은 차에 부딪쳐 튕겨져 나가고 차는 잠시 멈췄다가 갑자기 미친 듯이 도망갔지.

술을 마셨을까?
아니면 마약을 한 걸까?
그것도 아니면... 음... 운전미숙이었을까?

솔직히 그 차는 그렇게 빠르게 달리진 않았던 거 같아.
뭐 틀린 기억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나에게 왜 들려주는 건가?"


마츠모토는 그 의문의 남자의 말을 끊었다.

이야기가 궁금하진 않았지만 왜 들려주려 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내 얘기를 끝까지 듣게!!!!"


그 남자는 소리를 치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여자는 죽지 않았어.
만일 그 도망친 운전자가 한 번이라도 그 여자를 살펴보고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했다면 말이야.
아마도 그녀는 살았을 거야.

고통 속에서도 그녀는 있는 힘껏 살려달라고 외쳤어.
하지만 어느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고 그래서 사망했다고 하더군.

경찰들은 그날 CCTV를 다 훑어봤지만 비 때문에 알아보지 못했다고 하네.
그 사건은 안타깝게도 그렇게 묻혀버렸지.


"웃기는 이야기군. 그렇다면 당신도 그 자리에 있었다는 말인데 당신이 신고를 할 수 있었잖아? 그러면 그 여자는 살 수 있었을 거 아닌가?"


"마츠모토.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


마츠모토는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쯔쯔쯧, 이봐 마츠모토.
그럼 다시 한번 물어봄세.
왜 그때 그걸 보고 신고를 안 한 거지? 넌?"



Tingvall Trio - Spöksteg (2014년 음반 Beat)


마츠모토는 뺑소니로 사고를 당해 고통 속에서 살려달라고 외쳤다.

하지만 그곳에는 어느 누구도 없었다.


저 멀리 누군가의 모습이 보이긴 했지만 그는 그 광경을 보고 겁을 먹어 도망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의문의 그 남자는 마츠모토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자. 마츠모토. 그때랑 똑같은 상황이네? 그래 그때 왜 그랬어? 난 나를 이해할 수 없었어. 마츠모토. 내가 그때 왜 신고를 안 했는지 말이야. 이제 네가 답을 해줘야 한다네. 이제 곧 우리는 마지막이 될 테니까"


의문의 남자는 '마츠모토의 인과응보'로 그는 마츠모토를 안고서는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마츠모토의 눈이 서서히 감기고 어둠 속으로 향했다.


다음 날 경찰들은 그 뺑소니 사고를 조사하고 있었다.


타케루 경감은 한숨을 쉬었다.


"아... 이거 참... 그날 비가 하도 많이 와서 CCTV에 찍힌 영상이 다 하나같이 흐릿해 뭔지 알아볼 수가 없어."


미오 경위가 다시 CCTV를 확인하다 소리를 쳤다.


"어? 잠깐만요! 타케루 경감님! 여기 다시 한번 봐보세요."


흐릿한 영상 저 멀리 사람 같은 형체가 보였지만 그 형체가 잠시 머뭇거리는 듯하더니 도망가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 같은데... 왜 신고를 안 하고 머뭇거리다 사라졌을까요? 신고라도 했다면 마츠모토라는 사람은 살 수 있었을 텐데..."


미오는 CCTV를 보며 안타까운 듯 얘기했다.


"미오. 사람은 예기치 않은 상황을 마주할 때 겁을 먹게 되어 있어. 하지만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면... 신고를 했겠지."


타케루도 고개를 저으며 안타까운 듯 말을 했다.


미오는 그 용기라는 단어를 되새기며 말했다.


용기라는 단어의 무게는 꽤 무겁군요...


그렇게 그 사고는 미제로 남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