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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과 쉬운 사람은 다른 것이다

반려견 또복이가 알려주는 것들

by 퍼니제주 김철휘 Aug 17. 2024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좋은 사람이 곧 쉬운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친절하게 대해주면 상대방을 만만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선은 문제다. '세상이 나 중심으로 돌아간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기애가 지나쳐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나르시시스트들을 심심치 않게 만나게 된다.


상대방이 안하무인 격으로 나온다고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사람도 문제다. 사람도 동물도 하다못해 식물도 편한 방법 쉬운 해법을 찾아 살길을 찾는다.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방에게 내가 쉬운 사람으로 비쳤다면 문제는 나에게도 있다. 마치 사랑하는 자식의 버릇을 벌과 훈육으로 가르치지 못한 부모처럼 적절한 때 적절한 방법으로 내 의사를 표현하지 못한 건 내 잘못이기 때문이다.


우리 강아지 또복이를 키울 때도 그랬다. 또복이가 세상물정을 알아갈 쯤인 4개월 전후부터 8개월 사이 대부분의 교육은 아내가 책임을 졌다. 가끔 보면 뭐든지 또복이가 해달라는 데로 해주는 나와는 다르게 아내는 칭얼대고 보채는 또복이에게 엄한 태도를 자주 보이곤 했다. 또복이는 천성이 원래 착한 아이였지만 '회색 늑대개'의 후손답게 본능에 충실한 모습도 가지고 있었다.


특히 고양이나 새를 보면 이성을 잃고 뛰쳐나가는 버릇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또복이 엄마는 또복이의 목줄을 강하게 컨트롤하고 엄한 목소리로 “안돼”, “기다려”를 시켰다. 그럴 때마다 또복이는 ‘왜 나한테 이러는 거냐’ 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평상심을 되찾곤 했다.



나도 그렇게 물렁하지는 않아


브런치 글 이미지 2


또복이는 다른 개의 장난을 대부분을 잘 받아주지만 “크앙” 하고 화를 낼 때가 있다. 버릇없게 앞발을 어깨에 걸친다든지 폴짝폴짝 뛰면서 정신 사납게 구는 녀석들이 있다면 여지없이 으르렁대면서 “크앙” 하고 짧게 그만하라고 엄포를 놓는다. 그러면 모든 지 잘 받아주던 친구의 갑작스러운 반응에 상대 개는 순간 어리둥절해진다. 그리고 몇 발자국 뒷걸음치며 공손해지는 것이다.


문 닫는 소리나 경적소리에도 쉽게 놀라고 뒤에서 엉덩이를 ‘쿡’하고 찔렀을 때도 또복이는 까무러칠 정도로 경기를 하는 녀석이다. 그런 또복이를 보면 과연 엄마 아빠가 없으면 이 녀석이 어떻게 이 험한 세상을 살아나갈까 걱정이 앞서곤 했다. 혼자 있을 때 다른 개에게 해꽂이를 당하지는 않을지, 먹을 것은 어떻게 구할지, 나쁜 사람에게 붙잡혀 상상하기도 싫은 일을 당하지는 않을지 걱정이 많은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가끔씩 또복이가 “크앙”하고 짖을 때면 다소나마 안심이 된다. '또복이도 화를 낼 줄 아는구나, 싫은 건 싫다고 표현하는 녀석이었구나' 하고 대견한 마음이 된다. 또복이는 너무나 좋은 개지만 결코 쉬운 개는 아니었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쉬운 사람이 되는 것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좋은 사람이면서 쉬운 사람으로 살아가기보다는 좋은 사람이지만 강단이 있는 사람. 싫은 건 싫다고 이야기하고 소시오패스와 같은 사람들의 부당한 요구에는 분명히 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만큼 쉬운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또복이가 그러는 것처럼 나쁜 녀석들에게는 “크앙”할 필요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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