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과 바다와 같은

김기훈의 아침에 쓰는 우표 생활칼럼

by Kimkihoon
1962년 이집트 어머니의 날 기념우표


불교에서는 부모와 자식과의 인연을 팔천겁의 인연이라 이야기한다는데 오늘은 어버이날 이기에 내가 평소에 감동받았던 경전 하나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바로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이라는 경전에 수록된 부모의 열 가지 은혜에 관한 이야기이다.

첫째로 잉태하여 지켜주신 은혜를 찬탄 하노라

여러 겁을 거듭한 지중한 인연으로 이제 금생에 다시 와서 어머니의 아기집에 몸을 위탁하였네. 달이 지나면서 오장이 생겨나고 칠칠일 접어들자 육정이 열리었네 어머니는 산처럼 무거운 몸을 바람만 불어도 재난이 있을까 조심하여 몸 움직임을 멈추네, 그리하여 비단옷은 전혀 걸치지 않고 몸단장하는 거울에는 티끌만 묻어있네.

둘째로 해산할 때 수고하신 은혜를 찬탄 하노라.

잉태하시고 열 달이 지나니 드디어 해산의 어려움이 다가오네. 아침마다 중병에 걸린 것만 같고 나날이 정신도 희미해지네. 그 두려움을 어찌 다 기억하며 근심하는 눈물은 가슴에 가득하여 옷깃을 적시네. 슬픔을 머금고 친족에게 하는 말은 오직 죽지나 않을까 두렵다고 하네. 

셋째로 자식을 낳고 모든 근심을 잊으신 은혜를 찬탄 하노라.

자애로운 어머니께서 그대를 낳으신 날, 오장이 모두 열리고 벌어졌네. 몸과 마음이 함께 까무러쳤고 피는 흘러 양을 도살한 것과 같았네. 마침내 출산하자 아기가 건강하냐고 묻고 환희가 평소의 갑절이나 되었네. 기쁨이 가라앉자 다시 슬픔이 되살아나 심장과 창자에 쑤시는 듯한 아픔에 사무치네. 

넷째로 쓴 것은 삼키시고 단 것을 뱉어 먹이신 은혜를 찬탄 하노라.

부모님의 은혜는 크고도 깊어 귀여워하고 사랑하심을 잊을 때가 없네, 단 것은 뱉어 아기에게 먹이고 쓴 것은 당신이 삼키셔도 눈썹을 찡그리지 않네, 사랑이 가없으니 정을 참기가 어렵고 은혜가 깊으니 슬픔 또한 갑절이 되네. 다만 아이가 배부르기만을 바라시고 자애로운 어머니는 굶주림도 사양치 않으시네.

다섯째로 아기는 마른자리에 뉘고 자신은 진 자리에 누운 은혜를 찬탄 하노라.

어머니는 스스로 몸을 진 데 눕고 언제나 마른 데를 찾아 뉘시네. 두 젖으로 굶주림과 목마름을 채워주시고, 비단 소맷자락으로 바람과 추위를 막아주시네. 애처롭게 여기는 은혜로 언제나 잠을 못 이루고 오직 사랑스러운 재롱으로 기쁨을 삼으셨다네. 다만 아기가 무사함을 바랄 뿐이고 자애로운 어머니는 평안을 바라지 않으셨네. 

여섯째로 젖을 먹여 주시고 키워주신 은혜를 찬탄 하노라.

자애로운 어머니의 깊은 은혜를 땅과 같고 엄하신 아버지의 높은 은혜는 하늘과 같네. 깊은 마음 땅과 같고 높은 마음 하늘과 같아서 부모님의 마음 또한 그러하시네. 눈이 비록 없다 해도 미워하심이 없고 손발이 불구라도 싫어하시지 않네. 내 배로 친히 낳은 자식이므로 종일토록 아끼시고 가엾이 여기시네.

일곱째로 더러워진 것을 씻어주신 은혜를 찬탄 하노라.

생각건대 옛날에는 얼굴도 아름다운 바탕이라서 아리따운 모습이 참으로 풍만하고 무르익었었네. 눈썹은 푸른 버들 빛으로 나뉘었고 두 뺨은 붉은 연꽃도 무색했었네. 은혜가 깊을수록 구슬 같은 얼굴은 야위었고 더러움을 씻어 주시느라고 거울에 비친 모습도 많이 상하셨네. 오직 아들딸을 애처롭게 여기시기에 자애로운 어머님의 얼굴이 그렇듯 달라지셨네. 

여덟째로 자식이 멀리 길을 떠나면 걱정하시는 은혜를 찬탄 하노라.

죽어 이별하는 것도 참으로 잊기가 어렵지만 살아 이별함도 실로 슬픈 상처를 준다네. 자식이 집을 떠나 멀리 나가면 어머니의 마음도 타향에 머물러 있네, 낮이고 밤이고 마음이 자식을 따라가 흐르는 눈물이 몇천 줄기나 된다네, 원숭이가 제 새끼 사랑하여 울듯이 자식 생각에 애간장이 다 끊어지네.

아홉째로 자식을 위해 악업도 지으시는 은혜를 찬탄 하노라.

강산같이 높은 부모님의 은혜는 깊을수록 갚기가 실로 어렵네. 자식의 괴로움을 대신 받겠다고 소원하시며 아이가 수고하면 어머니는 안절부절못하시네. 자식이 먼 길을 떠난다고 듣기만 하셔도 행여 밤에 춥게 자지나 않을까 걱정하시네. 아들딸의 괴로움은 잠깐 이건만 어머니의 마음은 오래도록 쓰리시네.

열째로 끝까지 자식을 사랑하시는 은혜를 찬탄 하노라.

부모님의 은혜는 깊고도 지중하여 어여삐 여기는 마음 그칠 때 없네, 서 계시거나 앉아 계시거나 마음은 자식의 뒤를 쫓으시고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거나 뜻은 자식을 따라가 있네. 어머님의 연세가 백 살이 되셨어도 언제나 여든 살 난 자식을 걱정하시네 부모님의 이 은혜는 언제나 끊어질지 목숨을 다한 후에야 비로소 여읠 수 있으리라. 

부모의 은혜는 산과 바다 같아서 이루 헤아릴 수 없지만 자식 된 도리는 부족하기만 하여 가슴이 정성을 다하지 못함을 부끄럽게 여긴다. 오늘 부모님께 은중경의 내용으로 은혜를 생각해본다.

2019년 5월 8일 북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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