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은 우리를 책임지지 않는다

아버지의 유산

by 퓨처에이전트

1998년 IMF경제위기 이후 한국의 대기업들은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아버지께서 근무하셨던 은행 역시 감원이라는 태풍을 피할 순 없었다. 최근에 코로나19 이후 경기침체로 전 세계에서 기업들의 구조조정 얘기가 들려오기 시작하는데 당사자들을 생각하면 남의 일이 아닌 것 같다. 뿐만 아니라 핀테크 시대를 맞이해 은행들은 매년 점포를 빠르게 줄이고 있고 수천명의 은행원들은 늘 구조조정으로 인해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일 것이다. 참고로 나의 대학동기들 중 상당수가 은행을 다니고 있기도 하다.


당시 은행의 지점장으로 책임자급에 있던 아버지도 구조조정 대상자였고 어느 날 갑자기 대기발령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명예퇴직을 신청해 50대 초반에 원하지 않는 퇴사를 하게 되었다. 명퇴 전 노후준비를 위해 프랜차이즈 창업에 도전했던 걸 보면 아마 당신도 구조조정 분위기를 느끼셨던 것 같다. 그리고 합격은 못했지만 창업 전에 주택관리사 자격증을 준비하신 적도 있는데 아마도 조직 내에서 서서히 압박을 받고 계셨던 게 확실하다. 하지만 그렇게 빨리 현실이 될지 그 대상이 정말 당신이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상고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가정형편상 대학 진학이 아닌 은행에 취업해서 30년 가까이 근면 성실하게 일했지만, 그렇다고 회사가 아버지와 우리 가족을 책임져 주지는 않았다. 참고로 우리집 가훈은 '근면하고 성실하게' 였다. 그래서인지 나도 형도 근면 성실빼면 시체다. 하지만 급변하는 요즘같은 시대에 근면 성실은 어찌 보면 독이 될 지도 모른다. 아버지 역시 근면하고 성실하게만 일한게 잘못인지도 모르겠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아버지를 통해 간접경험을 해서 그랬는지 동기들과는 다르게 취업을 준비하면서도 퇴사에 대한 걱정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이런 결심을 하게 된다.


"내 인생에 강제적 퇴사는 없다!

나는 회사에 이용당하지 않고 이용해 먹을 거다"

그래서 나는 취업 후에도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늘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했고 그때 투자한 것들이 지금 내가 독립근로자이자 1인지식기업가로서 살아갈 수 있는 자산이 되었다. 당시 유통회사에서 MD가 되고 싶었던 나는 신입사원때 겁도 없이 칼퇴를 하고 MD(상품기획자)양성학원을 다녔는데 상사와 동료들의 눈치를 보면서도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다.


"어차피 당신들이 내 인생 책임져 줄 것도 아니잖아요?"

(오해는 말자. 당시 직장동료와 상사들에게 많은 걸 배웠고 그 경험들도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 있기에 감사하다)


물론 그 결과 신입사원 첫해 고과는 팀내 최하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렇게 다녔던 MD양성학원 덕에 회사에서 MD라는 직무도 경험할 수 있었고 퇴사 후에 가장 먼저 하게 된 일도 바로 그 MD양성학원에서 했던 강사생활이었다. 지금까지도 관련 강의와 컨설팅 등을 하면서 쏠쏠한 수입을 가져다 주고 있다.


그리고 회사에서 마지막으로 몸 담았던 전략기획실 근무때는 평소 학창시절부터 미래학을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기도 했고 미래전략수립 능력을 높이고 싶어서 지금은 꽤 유명해 지신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의 미래학전문가과정 주말반을 사비로 수강했었다. 결국 그 과정에서 회사의 미래전략이 아닌 내 인생의 미래비전과 전략을 수립할 수 있었다.

그렇게 2010년 초 내 나이 만30세 딸아이 생후3개월 째에 잘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조직을 떠나 스스로 독립해서 살아가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10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지금 나는 내 경험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이 책을 쓰고 있다. 10년 전 다소 무모해 보일 수 있는 결단을 내릴 당시 나의 생각은 이랬다.


"딸아이가 커 갈수록 회사를 벗어나는 것은 더욱 힘들어 질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준비해서 최소 10년이 걸리더라도 내 나이 마흔이 되었을 때는 자유로우면서도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100세 고령화시대에 어차피 회사도 국가도 나를 책임져 주지 않을 테니 내 인생은 내가 책임질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10여 년이 지나 40대에 접어 든 지금 나는 스스로 먹고 사는 걸 해결할 수 있는 독립근로자이자 1인지식기업가 그리고 N잡러로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고 내가 꿈꿨던 100세 시대에 스스로 노후를 책임질 수 있을 정도는 되어 있는 것 같다. 10여 년 전 그때 당시로 되돌아간다 하더라도 나의 결정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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