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대생의 심야서재 Mar 16. 2020

찬란하게 빛나는

생각 혹은 단상


1

인생은 찬란하다. 아니, 충분히 그렇게 단정 짓고도 남을 만큼 찬란하다. 마음속에서 빛이 흐르고 세상으로 끝없이 발산한다. 화려하기보다는 고요히 빛나는 조금 더 오래가는 빛으로 남고 싶다. 살다 보면 잃어버린 것들을 찾겠다며 달빛 아래에서 더듬거릴 날도, 방향을 잃어 비틀거릴 날도 있겠지. 그러니 좌절할 필요도, 들뜰 필요도 없겠다. 모든 건 찬란하게 무너지고 또 일어날 테니까.



2

긴장을 꾸준하게 유지하기가 어렵다. 마음을 팽팽하게 당겨도 어느새 느슨해지고 만다. 나는 감정과 세력 다툼을 벌인다. 밀실과 같은 세계엔 의심과 신뢰가 균형을 맞춘다. 나는 가끔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는 사람이지만 이내 풀어지는 사람이기도 하다. 풀어지고 다시 조이고 그 짓을 무한히 반복하는 나는 결국 영원성의 최전선 부근에 배치되고 만다. 나는 긴장의 최전선에 서서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을 관조한다.


나는 바닥에 드러눕혀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알 수 없지만 그리되어 있다. 망설이는 나의 태도에게 명령을 내린다. 꾸짖으며 움직이라고. 그러면 비대한 내 몸뚱어리는 서서히 작동하기 시작한다. 뻘과 땀이 뒤섞이고 나는 혼합된 형상으로 변신해간다. 눈을 뜨면 격자 너머, 그러니까 철조망 가시 너머로 군데군데 파란빛이 맺혀있다. 조급하게 몸을 들썩이고 전진한다. 고개를 들 수는 없다. 가시에 찔리거나 날아오는 총알에 몸이 산산 조각날 테니까. 도망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가 배운 건 오직 앞으로 이동하는 것밖에 없다. 뒤로 가는 건 후회의 역사를 반복하는 것일 뿐.


나는 서두르지만 서투르다. 여전히 방향은 낯설고 바닥은 온통 뻘이다. 팔을 조금 크게 뻗으면 가시가 상처를 입힌다. 상처 끝에선 파란 피가 흐른다. 통증은 느낄 만큼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말하자면 그걸 느낄 만한 공간도 부재하다. 결국 보이지 않아도 바닥에 의탁한 채 계속 나아가야 한다. 가시 끝에 손을 살짝 걸친다. 차가운 전율이 숨을 일으킨다. 나는 고개를 철조망 가시 아래 얹힌다. 손으로 제거할 수 없으니 나는 여전히 바닥에 미련하게 누워있는 사람이다.


3

나는 햇살 아래에서도 빛이 들지 않는 내 방 한구석에서도 찬란한 사람이었으면 한다. 찬란하게 눈을 뜨고 불투명하게 눈을 감는다. 그러니까 난 찬란함 위에도 아래에도 동시에 존재하는 사람이고 싶다.


4

내가 좋아하는 곡 멋대로 소개하기

신해철 - 민물장어의꿈

https://www.youtube.com/watch?v=pXSNAF6j8aw


5.

똑독 9기 모집 중

https://blog.naver.com/futurewave01/221855390320


이전 12화 가시를 발라내는 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