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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대생의 심야서재 Jul 03. 2020

한 여름 무지개 같은 밤

무지개 같은 삶, 아니 무지개처럼 영롱하게 빛나는 삶, 그러다가도 다시 자취를 잃고 마는 삶. 그런 쓸쓸하고도 옅은 날은 여지없이 이어진다. 그 흐름에서 나는 일정하게 정해진 위치를 지키는 사람이지만, 나는 해석이 불가능한 사람처럼 어긋나기도 한다.


무엇이든 반기를 들고 싶다. 포물선처럼 내 마음을 당신에게 띄울 수 있다면, 나는 차라리 7색 파장의 무지개가 되련다. 당신에게 넓게 분포되어 가련다. 수십억 킬로미터의 거리 따위야 굳이 계산하지 않아도 충분히 당신과 나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음을 연상하고도 남음일 테지만…


나는 무심하게 시선을 한곳으로 던진다. 당신의 어깨에 슬며시 닿을 듯이. 나는 어떤 안부에 화답이라도 남길 듯이 장문의 메시지를 쓸쓸하게 적는다. 그리고 던진다. 포물선으로 결국 중력에게 순응하겠지만.


글자들은 스스로를 차단한다. 자신의 존재를 죄악시하는 것처럼 부정하는 말들을 안으로 여민다. 나는 번역가처럼 굴었으나 한 개 국어에도 능통하지 않은, 그러니까 어느 쪽의 세계와도 소통할 수 없는 그저 이중국적자에 불과하다.


참 이상하다. 비 갠 후, 개인 날이 분명했으나 무지개는 보이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창끝에 서서 한 쪽 발을 조금 들고서 이름이 정해지지 않은 산 너머에게 시선을 고정해본다. 꿈꾸기만 하던, 무지개를 계절의 언저리로 밀어내고 마는, 앞산인지 뒷산인지 알 수 없는 경계, 언젠가 너머에 닿을 수 있을까. 당신과 나의 무지개는 여전히 유효할까?


무용한 것들, 왜 나는 글을 쓰는가, 아니 왜 읽으려 하는가. 차단해버린 글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내린다. 한꺼번에 무너지고 절규한다. 이해할 수 없는 나는, 규명하지 못한 진실 따위를 파헤치려는 나는, 결국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음을 알고 만다.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안다는 것이 곧 지혜의 무덤이 될 거라는 걸 다시 인지하곤, 공포에 떤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고백한다. 알려고 할수록 더 모르게 되니까. 그러니 알 수도, 볼 수도, 읽을 수도 없다고 진술해야 한다. 완벽하게 깨끗하게 버려져야 한다. 잊혀야 한다. 지워져야 한다. 그래야 나는 발굴될 테니까.




조규찬 - 무지개

https://www.youtube.com/watch?v=lIiYJvnREqo&t=251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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