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한가운데 숨은 씨앗은 보이지 않는 과수원이다. -영국 웨일즈 속담
씨앗
1. 곡식이나 채소 따위의 씨
2. 앞으로 커질 수 있는 근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베란다 텃밭 씨앗 관찰 프로젝트의 시작
2020년 봄, 아이들과 함께 사과를 먹다가 나온 씨앗 세 알을 화분에 심었습니다. 생명의 흔적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던 그 씨앗은, 흙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초록빛 싹을 틔우고 작은 사과나무로 자라났습니다. 이 사과를 시작으로 하여 우리는 주방에서 흔히 사용하는 채소와 과일의 씨앗을 받아 흙에 심기 시작했습니다. 베란다 텃밭 씨앗 관찰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던 셈이죠. 뒤돌아 보면, 힘겨웠던 2020년에 씨앗을 심고 가꾼 이 작은 일상이 저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불러일으켜주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 집의 햇살이 가장 잘 들어오는 공간은 어떤 모습인가요? 거실 창 앞 햇살이 잘 드는 공간은 사실상 그 집의 명당자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창 밖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을 하기도 좋고,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뒹굴거리기도 그만이지요. 온 집안의 불을 끄고 햇살에 의지해 읽는 책도 정말 좋고요.
저희 집 거실 창가에는 자그마한 실내 텃밭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햇살이 가장 잘 드는 그 명당자리는 작은 식물들에게 양보한 것이지요. 이 작은 공간에는 딸기, 감, 망고, 아보카도, 도토리나무, 파프리카, 파, 부추, 쪽파, 벼, 보리 등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습니다. 눈치채셨겠지만 모두 씨앗을 뿌려 자라난 아이들입니다.
생명이 탄생하는 모습은 감히 상상하지 못할 만큼 경이로운 힘이 있습니다. 씨앗에서 싹이 터 나무로 자라나는 모습을 매일 관찰하며, 긍정적인 그 에너지를 오롯이 흡수했던 것 같습니다. 2020년 그토록 비현실적인 일 년의 시간 동안 저와 아이들은 (그리고 아마 남편도) 씨앗을 통해 큰 위안을 받았습니다.
씨앗과 아이들
아이들을 양육하는 것이 주된 일과인 요즈음, 아이들과 씨앗이 종종 겹쳐 보이곤 합니다.
씨앗이 싹트고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관찰하다 보면 정말 흥미롭고 신비로운 세계임을 알게 됩니다.
씨앗 속에 무한한 나무와 숲이 숨겨져 있는 것처럼, 아이들 안에도 자신만의 멋진 숲이 자라나고 있음을 믿습니다. 씨앗은, 그리고 아이들은, 현재 저에게 가장 큰 기쁨과 영감을 주는 존재입니다. 생명력 넘치는 이 작은 존재들과 하루하루 함께 살아갈 수 있음에 깊이 감사합니다. 말랑말랑한 이 느낌들이 사라지기 전에, 지난 일 년간 씨앗을 심어 키운 작물들의 관찰일기를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덧붙이기: 아, 물론 남편도 소중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