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는 사랑을 싣고

남아공 월드컵, 두 번째 경기

by 씨앗의 정원

월요일 아침, 지하철에서 내려 커피 전문점으로 들어선다.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들고 회사로 올라갔다.


"좋은 아침입니다!!!"


깊은 숨을 한번 들이쉬고는 유난히 밝은 미소로 동료들에게 인사를 했다. 컴퓨터를 켜고 앉아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메일을 확인하려는데, 자동 로그인된 메신저 창으로 파란 알림이 깜빡인다.


'K다!'


메신저 창을 확인하려는데 괜스레 마음이 설렌다.


[하이! 좋은 아침이야! 오늘도 파이팅!!]

[그래, 너도 좋은 하루 보내!]


특별할 것 없는 안부 메시지를 보며 입꼬리가 씰룩거리기 시작한다. 마음이 아리송하다. 왜 자꾸 마음이 설레는 건지.


'아, K한테 이런 마음을 가져도 되는 거야? 어렵다 어려워.'


아침에 나누던 그 한마디 대화창은 퇴근할 때가 되도록 켜진 채였다. 한참이나 그 대화창을 바라보며 난 고민에 빠졌다.




우리 셋은 월드컵 경기 내내 함께 모여 경기를 관람하기로 했다. 두 번째 경기의 만남의 장소는 양재역 근처 양꼬치집이었다. 월드컵 중계를 위해 식당에서는 빔프로젝트를 이용해 커다란 스크린으로 경기를 보여주었다. 양꼬치집의 중국식 인테리어와 빨간 조명 불빛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둥그런 테이블에 둘러앉은 세 사람은 맥주를 홀짝이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난, 인식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K를 관찰하고 있었다. K도 축구 경기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내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거나 혹은 활짝 웃거나 하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얘도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건가? 음, 아닐 거야. 내가 괜히 또 김칫국 마시는 거겠지!'


제법 눈치가 빠른 나는 K가 보내오는 호감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러나 쉽사리 그것을 인정하기 어려웠다. 그 호감을 받아들이는 순간 K에 대한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까 덜컥 겁이 났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이 날 승리했던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에게 월드컵 경기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마음을 숨긴 만남의 명분이 되어 주었을 뿐.


새벽같이 이어진 경기로 인해 지하철과 버스는 이미 끊겼다. 경기는 이미 끝났지만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사회인이 되어 나누는 대화는 뭔가 멋지고 있어 보였다. 더 이상 학생이 아닌 어른의 대화였다.


우리는 좀 더 시간을 보내다 첫 차로 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여름밤, 우리가 함께 걸었던 습기 가득했던 그 밤의 공기와 까만 하늘이 여전히 생생히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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