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텃밭씨앗 관찰일기
아파트 뒤쪽으로 야트막한 동산이 있어요.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기 좋은 이곳에는 나이 많은 밤나무와 도토리나무들이 있어 가을 겨울 산책길에는 심심치 않게 밤과 도토리를 발견하곤 한답니다.
작년 늦은 가을, 아이들과 뒷산을 산책하며 작은 도토리와 밤을 몇 알 주워왔어요.
다람쥐마냥 열심히 열매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요.
"얘들아, 겨울에 다람쥐가 먹게 하나씩만 가지고 가자!"
그렇게 주워온 밤과 도토리를 창가 화분들 옆에 올려두었지요.
"엄마, 이 도토리 제가 심어볼래요!"
다섯 살 둘째 아이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다가와 말합니다.
도토리를 한 번 심어보고 싶다며, 어느새 딱딱한 겉껍질을 모두 벗긴 도토리 알맹이를 들고서 말입니다.
“딱딱한 껍질은 뭘로 벗겼어?”
“손으로요!”
심고 싶어서, 작은 손을 꼬물대며 껍질을 벗겼다는 말에 걱정이 되어 얼른 손톱 밑을 살펴보았습니다. 다행히 다치치는 않았지만 약간 붉게 변해있었어요.
“도토리가 심고 싶었구나! 그런데 딱딱한 건 맨 손으로 민지면 다칠 수 있으니, 다음엔 엄마랑 같이 벗기자!!”
씨앗이라면 심고 보는 집에서, 아이들도 자연스레 씨앗을 심고 싶어 하네요!
과연 도토리를 심으면 싹이 나올까요?
Day-1
도토리 솜 발아 시작
작은 컵에 촉촉한 키친타월을 한 장 접어 넣고 도토리 알맹이를 올린 다음 다시 촉촉한 키친타월로 덮어 발아를 시작했습니다.
키친타월이 촉촉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매일 조금씩 물을 부어주었습니다.
도토리를 심어보자고 한 아이는 계속해서 관심을 갖고 도토리를 관찰합니다.
Day-16 도토리 끝에 뿌리가 나오기 시작함
발아를 시작한 지 16일 뒤에 보니 도토리 끝에 작은 뿌리가 쏘옥 나와있습니다.
"얘들아!!!! 도토리에 싹 나온다!!"
처음 며칠은 열심히 관찰하다, 보름이 지나도록 변화가 없자 시들하던 아이들에게 도토리 싹이 나왔다고 알려주니, 후다다다다다닥 뛰어와 기뻐합니다.
도토리야! 역시 너도 살아있었구나!
Day-22 화분에 도토리 심기
도토리 솜 발아를 시작한 지 22일째 되는 날, 뿌리가 제법 자라났어요.
얼른 화분으로 옮겨 심어주었습니다.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조심조심 도토리를 심고 흙으로 덮어준 뒤, 흠뻑 물을 뿌려주었습니다.
Day-43 도토리 싹이 올라오다
도토리를 흙에 심은지 20여 일이 지나자 귀여운 싹이 올라옵니다.
만세를 부르는 모습으로 올라온 새싹, 세상에 태어난 것이 무척 기쁜 모양입니다.
Day-48 빠르게 성장하는 도토리
싹이 올라온 뒤로 하루가 다르게 잎이 커지고 키가 자랍니다.
Day-52 계속해서 성장 중
도토리나무는 흔히 참나무라고 불리는데, 참나무는 어느 한 수종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참나무과 참나무속에 속하는 여러 수종을 의미합니다.
참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에는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졸참나무, 갈참나무, 신갈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들에서 나오는 열매가 바로 도토리인 것입니다.
Day-57
우리가 심은 도토리는 어떤 나무의 열매일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는데, 잎의 모양만으로는 아직 어떤 나무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Day-66
도토리 발아를 시작한 지 66일째 되는 날, 작은 화분에서 이파리가 제법 커진 모습입니다.
잎의 모양도 독특해 제법 참나무의 모습을 갖추어가는 중입니다.
거실 창으로 내리쬐는 햇빛을 받을 때면 도토리나무가 더욱 싱그럽고 예쁘게 보입니다.
이 도토리나무를 볼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한 뒷동산 산책을 떠올리곤 합니다.
코로나로 힘겨웠던 2020년, 우리의 작은 놀이터가 되어준 아파트 산책로.
친구들을 만나지 못해 외로웠지만, 그 덕에 태린 태오 둘이 더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장소로 나가진 못했지만 우리 마을의 뒷동산을 더 샅샅이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세상에는 좋기만 한 것도 또 나쁘기만 한 것도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추억을 품은 도토리나무, 앞으로도 잘 자라나기를 바랍니다.
도토리 씨앗을 심고 가꾸는 아이들의 손길이, 눈빛이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는 어떤 마음으로 물을 주고 있는 걸까요?
궁금합니다.
도토리를 심어 보아요!
1. 도토리의 겉껍질을 벗겨낸다. 이때, 벌레 먹지 않은 도토리를 고르고, 껍질을 벗길 때 속살(씨눈)이 상하지 않도록 조심한다. 겉껍질을 벗기지 않아도 싹이 트는데, 껍질을 벗겨주면 발아 과정을 조금 더 빠르게 할 수 있다.
2. 촉촉한 키친타월에 도토리 알맹이를 넣어 발아시킨다.
(이 과정을 생략하고 흙에 바로 심어도 되는데, 뿌리가 나오는 모습을 관찰하려면 키친타월에 발아시키는 과정을 거치도록 한다. 매우 재미있다!)
3. 뿌리가 나왔다면 흙으로 옮겨 심는다.
(뿌리가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온도와 습도에 따라 달라진다.)
4. 햇빛이 잘 들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고, 겉흙이 마르면 물을 흠뻑 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