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얻고 친구를 잃었다.

by 씨앗의 정원

K와 사귀게 되면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은 역시나 J였다. 나의 오랜 친구이자, K의 전 여자 친구였던 그녀.


J와 나는 여고 동창이자, 같은 지역에서 대학을 다니고 또 회사생활을 하며, 외로운 시간들을 함께 한 소중한 사이였다. K와 J가 연인이었을 때, 나도 전 남자 친구와 함께 넷이 만나 더블데이트를 하기도 했다.

J와 K가 헤어졌다는 연락을 받고, 오랜 시간 힘들어하는 J를 위로해줬던 것도 나였다.

그런데 내가 어찌 K를 남자로 좋아할 수 있단 말인가?


J는 얼마 전 새로운 연인을 만나 결혼을 하고 행복한 신혼생활을 보내는 중이었다.

그러니 내가 K와 사귄다고 해서 크게 문제 될 것은 없겠지만, 왠지 모르게 친구를 배신하는 기분이 들어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듣기 전에, 내 입으로 그녀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 했다.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나서 얘기할 용가가 나지 않아, 고민 끝에 이메일을 보냈다.



J야,
나 K와 진지하게 만나보기로 했어.
미리 말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내가 보낸 메일을 확인한 J에게서, 끝내 답장은 오지 않았다.


내가 J였다면 어땠을까? 뻔히 아는 사이에, 굳이 그렇게 K를 만나야 했냐며 원망했을게다. 그녀의 마음이 너무도 이해가 되어, 꽤 오랜 시간 나는 죄책감에 괴로웠다.

우정과 사랑 중, 나는 사랑을 택한 셈이다.




그런 J를, 몇 년 뒤 다른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우연히 마주쳤다. J는 남편과 함께, 나도 K와 함께였다. K를 닮은 아기를 안고 있는 나를 보며, J는 밝게 웃으며 다가와 한 마디를 건넸다.


"잘 살어!"
"응, 고마워! 너도 잘 지내"


몇 년간의 미안함이 뭉쳐, 눈물이 흘렀다. 뒤를 돌아 K를 보니, 어색함이 똘똘 뭉친 복잡 미묘한 표정이다.


그날, 우리는 딱 이 말만 나누고 금세 헤어졌다. J의 그 따뜻한 말 한마디를 듣고 내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다. 그 이후로는 그녀를 우연히 만나는 일도, SNS에서 소식을 듣는 일도 없었다. 비록, 우리가 다시 만나 우정을 나누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겠지만, 늘 J가 건강하고 평안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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