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아침 집에서부터 낙성대 공원으로 걸어간다. 대로변을 피해 골목으로 가니 30분 이상 걸려도 사람과 차가 뜸해 나름 괜찮았다.
낙성대落星垈.
고려시대 명장 강감찬(946~1031)이 태어난 날 하늘에서 큰 별이 떨어졌다고 해서 '낙성대落星垈'라고 불리는 곳이다. 공원에서 가까운 곳 주택가에 파묻혀 있는 생가터에는 유허비만 남아있다. 생가터 옆 빌라에 선배가 살고 있어서 자주 갔었어도 관심밖이었다.그때는 일상에 쫓겨 살 때였으니까.
이젠 목적지 없이도 시간도 제한 없이도 느긋하게 걸을 수 있다. 이렇게 된 것이 감사하다. 공원까지 왔으니둘레길로 가도 그만 서울대기숙사를 거쳐 캠퍼스를 한 바퀴 돌아도 그만. 별생각 없이 걷는 건데. 이런, 낙성대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생기네. 누가 관악구 주민 아니랄까 봐.
일단 안국사의 단풍이 궁금했던 터라 거기부터 가본다.
안국사安國祠.
무슨 행사를 하려는지 동상 주변이 어수선하다. 입구에 마련된 전시관을지나 안국사 안으로 들어갔다. 寺가 아니라 祠, 여기는 절이 아니라 강감찬 장군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다.
경내로 들어서면 완전 딴 세상이다.
안국사 경내 좌측에는 3층 석탑이 우측에서 고려강감찬장군사적비가 있다.
곱게 물든 은행나무.
안국사를 품은 은행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있다. 이걸 보고 싶었는데 보게 되니 기쁘다. 아이들 데리고 소풍 나왔던 때가 그립다. 숲해설사 따라서 이 일대를 돌며 신나는 체험프로그램을 했었던 기억도 난다. 문득 옛 기억이 떠오르는 게 나이 드는 징조, 나이들만큼 든 게 엄연한 사실!
계수나무 여러 그루.
안국사 뒤편으로 아직 해가 들지 않아 칙칙한 늦가을 풍경이지만 달달한 솜사탕 냄새가 은은하게 퍼진다. 계수나무들이 모여 사는구나!
아침산책은 즐거워.
집에서부터 걸어서 공원 한 바퀴 돌고 산길로 되돌아오는 2시간 정도의 아침산책. 휴일 아침 골목을 걸을 때는 자전거 생각이 굴뚝같다. 자전거로 이동이 가능한 한적하고 평평한 동네에 살면 얼마나 좋을까. 특별시 관악산 자락에서는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바람 가르며 바퀴를 굴려 미끄러지는 건 생각만 해도 시원하다.
날 잡아 따릉이라도 한번 타 볼까.
누군가에게 햇살이고 싶다.
아침햇살이 스며드니 숲이 환해지고 생기 돋는다. 이렇게 나도 누군가에게 햇살이고 싶다. 환하게 하고 생기 돋아주는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