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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비 Aug 28. 2023

[21번째 월요일] 예의를 잊은 그대에게...

삼강오륜에는 ‘효제충신예의염치’가 있었다네.

수원에 사는 나는 광화문에 나갈 때면 종종 기차를 이용한다.

빠르고 편하고 쾌적하다. 물론 서울이 주차지옥만 아니었다면, 항상 만남의 자리의 끝이 ‘술’이 아니었다면 차를 몰고 나갔을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린 시절 나는 지독하게 멀미를 알았다. 그 때의 트라우마 때문일까, 지금도 비행기, 기차, 고속버스 그 어떤 교통수단도 나는 웬만해선 복도자리를 예약하지 않는다. 구석진 창가자리가 심신 양쪽 모두에 편안함을 주는 자리인 것이다.

요즘 들어 희한하게 내가 예약한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럴 수 있다. 내가 분노하는 이유는 그것이 아니다.

얼마전 마주쳤던 아주 어린 한 남학생은 (기껏해야 고등학생 혹은 많이 봐줘서 대학교 1학년) 깨워도 일어나지 않더니 한참 만에 눈을 뜨고 선, 대뜸 이렇게 말했다.

“거기 제가 예약한 자리 같습니다만…”

“그냥 여기 앉으시면 안 돼요?”

“네?”

“서울역까지 가세요?”

“네, 서울역에 내립니다.”


이런 대화가 오간 뒤 그는 겨우 일어섰다. 귀챦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또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그날 따라 짐이 좀 있었는데, 내 연배의 아주머니께서 내 자리를 차지하고 계셨다. 

옆자리에는 아마도 그녀의 남편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저기 여기 제가 예약한 자리인데요.”

“그냥 저기 가서 앉으면 안 돼요?”

“아, 그건 좀 곤란할 것 같습니다. 제가 일부러 창가자리를 예약한 거라서요.”

시큰둥한 표정으로 남자분과 함께 자리를 옮기더니 대뜸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짐 때문에 자리 안 바꿔 주는 거예요?”

더 황당한 것은 겨우 20분가량 걸리는 영등포에서 그들은 내렸다. 물론 20분, 니가 양보하지 그랬냐라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겨우 20분 그렇게 남의 자리까지 뺏어가면서 지켜야 하는 그 사랑은 무엇인고?

내가 그들에게 놀란 것은 내 자리에 앉았다거나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요구해서가 아니다.

가장 먼저는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은 누군가가 수고스럽게 부지런을 떨어 예약한 자리를 아무런 동의도 없이 빼앗았다. 어떤 이유에서건 ‘사과’를 먼저 해야 하는 것이다.

과거 우리는 삼강오륜의 여덟글자 (효제충신예의염치)를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지키던 민족이 아니었던가? 우리가 중국인들을 그렇게 경멸하는 것도 그들의 그 불손한 태도와 거침없는 행동 때문이 아니었던가?

도대체 왜 이렇게 기본 조차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이 나라에 난무하고 있는 걸까?

꼭 저런 사람들이 누가 자기한테 실수라도 하면 가만 있지 않을 텐데 말이다.

기본만 지켜도 더욱더 여유로운 사회가 될 텐데 말이다. 왜 이렇게 어려운지….


제발, 기본만 합시다,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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