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가 지금 힘든 게 다 부모님 때문이라고요?

by Slowlifer

우울이 다시 찾아왔다. 사실 내 안에는 생각보다 커다란 우울이 꽤나 오래전, 어린 시절부터 자리 잡고 있었다는 걸 인정하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인사이드아웃에 나오는 우울이는 안아주고 싶다 생각하며 그저 귀엽게만 바라봤는데 정작 내 안의 우울이는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질 못했다고 해야 할까, 아니 사실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내가 세상에 비치길 바라는 나의 모습엔 우울이의 자리는 없었다. 늘 기쁨 이가 그 자리를 어떻게든 지켜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기쁨 이가 힘에 부쳤던 모양이다.


번아웃이 왔고, 반쯤 고장이 났다.


나를 지키기 위해 뭐든 해야 했다.


고장 난 듯한 내 모습이 무척이나 당황스러웠고 무엇보다 내 아이를 위해 내 멘탈은 지켜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몸으로 나타나는 이런저런 기분 좋지 않은 신호에 더 무너지기 전에 치료가 필요하다 판단했다. 떨리던 마음이었던 2년 전과 달리 감기로 병원을 찾은 것과 마찬가지로 덤덤하게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고 심리검사를 하고 심리상담을 했다.


2년 전쯤 수십 번의 마음속 고민 끝에 힘겹게 병원을 찾았을 때 내가 의사에게 건 기대보다 차가운 의사의 눈빛에 마음속으로 작은 상처를 입고선 병원에 발걸음을 끊었었다. 대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심리상담을 이어갔다. 2년 전 심리상담 중 기억나는 건 결국 지금 내가 어려움을 겪는 건 다 어린 시절 나의 부모님의 탓이라는 것, 물론 ‘탓’이라는 강한 표현을 하진 않았겠지만 결국 문제의 근본 원인은 부모님에 있다는 거였다.


당시엔 왜 부모님과는 전혀 상관없는 지금 내 문제를 결국은 부모님과의 어린 시절로 이어지는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고 솔직히 조금 불쾌하기까지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방어기제, 현실회피, 뭐 그런 거 같다.


나도 대외적으로 유복한 집에서 행복하고 해맑게 자란 아이이고 싶은데 어떻게든 숨기려던 걸 들켜버리고 발가벗겨진 기분이 된 느낌이라서.


그런데 2년 후, 다시 그 문제 앞에 섰다. 같은 문제로 심리상담을 이어가고 있는 지금의 나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내가 가진 문제를 직시하기로, 인정하기로 했다.


대체 어린 시절의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어떤 영향이 지금 나의 아픔 버튼이 된 것인지 이번엔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부딪혀 보려 한다.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