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일기
매주 월요일은 스트레칭 정도의 가벼운 하타요가 수련 후
원장선생님이 내어주시는 차를 마시며 차담시간을 갖는다.
이런저런 주제로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데
난 그곳에서는 주로 듣는 사람이 되는 편이다.
가만히 듣고 있자면 서로에 대해 몰랐던 사실도 많이 알게 되고
생각보다 깊은 이야기도 아무렇지 않게 오가기도 하는데,
요가원이라는 곳이 참 신기한 곳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누구 하나 강요하지 않았는데
스스럼없이 자기 깊숙한 곳의 내면을 꺼내어 보이는 일이
그곳에서는 그리 어렵지 않게 느껴지니 말이다.
나 또한 며칠 전 요가원에서 덤덤하게
나의 지난 아픈 시간들을 꺼내 보였던 것처럼.
오늘도 그렇게 두런두런
차, 와인, 커피 등 각자의 관심사를 이야기를 나눴다.
내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각자의 관심사에 대하여 눈을 반짝 거리며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하여
얼른, 빨리, 많이 얘기해주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그 눈빛에, 얼굴에 드러나는 듯했다.
뭐 하나 습득하면
커다란 눈을 반짝반짝하며 "엄마, 가위는 위험해."라며
내게 되려 알려주는 세 살배기 아이 같은 얼굴이랄까.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그렇게 다시 어린아이 같은 마음으로 돌아가는 듯했다.
예전 같았으면 각자가 깊게 빠져있는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나는 왜 좋아하는 것이 없지 라며
스스로를 작게 만들곤 했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한 발 떨어져 가만히 그 반짝임 들을 바라보며,
'나 또한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말을 할 때
저렇게 반짝이는 눈과 어린아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겠구나'
라는 마음이 드는 걸 보니
그간의 시간이 나를 많이 성장시켰구나 싶다.
그런 순간이 내 삶에 자주 있으면
난 대체로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대단하지 않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야금야금 모아 들고서
여기 가서 조금 풀어놓고,
저기 가서 조금 풀어놓으면서
자주 내가 반짝일 수 있는 시간을 만들면
나는 자주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