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 이면
코로나로 삶이 힘들어진 요즘, 일도 마음도 모든 것이 고인 물처럼 답답한 느낌을 주곤 한다.
뭔가 돌파구도 있고, 삶을 바꿀 수 있는 단초도 있을 듯한데,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우물쭈물하며 마뜩치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선인의 지혜가 아닐까 싶은데, 마침 내 메모장 한 켠에 적혀 있는 이 말이 눈에 들어온다.
[유수지위물야 불영과불행(流水之爲物也 不盈科不行)_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채우지 않고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맹자_진심 上편 중에서)]
솔직히 나는 맹자를 읽어본 적이 없다. 내가 아는 이야기는 맹모삼천지교나 좋은 일부 문구 같은 파편화된 지식이다. 제대로 읽으려니 너무 힘들 것 같고 시간이 많지 않다는 변명으로 시작도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 문구는 꽤 인상에 남았나 보다. 이렇게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걸 보면 말이다.
흐르는 물과 고인 물은 반대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또한 운명처럼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흐르는 물이 항상 흐를 수도 없을 것이고 고인 물이라고 그 운명이 그대로 끝나란 법도 없다.
삶이 일련의 과정일 때 흐르는 물은 때로 고인 물이 되고, 고인 물은 때를 만나 흐르는 물로 변하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그 채우는 시간이 없으면 흐르는 물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의 경력을 보다 보면 누군가는 참 형편없이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한다. 나도 그랬고, 내 주변의 지인들도 이런 친구들이 많다.(관련 이야기로 이전에 썼던 ‘그냥 흐르는 시간은 없다’란 글을 링크해 본다. https://projob.tistory.com/528)
그 시기를 거쳐 누군가의 말처럼 ‘한번은 나의 꽃도 피는’ 시기를 경험하게 된다. 예외도 있겠지만 대체로 자신만의 웅덩이와 자신만의 개화 시기를 한 번쯤은 만나게 되는 것 같다.
화양연화(花樣年華, 인생에서 꽃과 같이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는 고난의 시기 뒤에 오는 짧은 순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행인 것은 누구나 자신만의 화양연화를 한 번쯤은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적어도 나는 그런 믿음을 갖고 사는데, 내 주변에는 이런 분들이 꽤 있다)
확실히 직업도 삶도 호흡이 길다. 그렇다는 것은 지금 내가 혹여 힘들고 괴로운
정체의 시간을 지나더라도 너무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이 적절한 시간과 노력으로 그 깊이 팬 웅덩이를 넘어설 수 있다면 또 다른 아름다운 흐름의 물길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혹은 일신상의 어떤 이유들로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다면 주문처럼 한번 외워봐도 좋겠다.
‘불영과불행(不盈科不行, 채워지지 않으면 나아갈 수 없다)’, 마치 한국어의 ‘수리수리마수리’, 영어의 ‘abracadabra’ 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마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