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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하 Feb 17. 2024

시급 16만 원

소설 쓰는 일과 가르치는 일

 내게 있어 글 쓰는 일로 먹고산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원고료를 받아 생활하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에 등단을 한 후로 소설 세 편과 에세이 한 편을 발표했는데 원고료는 다 합쳐서 230만 원이다. 당연히 이런 수준으로는 먹고살 수 없으니 지금은 가르치는 일을 병행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지난 1년 동안은 초등학생 아이들 대상의 독서-글쓰기 학원에 다니며 시급제로 일했고, 가끔씩 제안이 들어오면 소설 쓰는 법을 가르치거나 쓴 글에 대한 비평-첨삭을 해주며 강의료를 받았다. 신기한 점은 내게 있어 소설 가르치는 일보다소설 쓰는 일이 어려운데, 가르치는 일이 훨씬 더 돈이 된다는 점이다. 소설 쓰고 싶은 사람은 많고, 소설을 향유하는 독자는 줄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소설은 원래 크게 돈이 되지 않는 예술 상품이기 때문일까? 종이와 펜, 혹은 노트북만 있으면 되고, 사실 소설 작품 자체가 선생님이다 보니 따로 배우지 않아도 쓸 수 있는 진입 장벽이 낮은 예술이기는 하다. 그리고 소설 쓰는 사람이 많아진다는 건 결국 소설을 읽고 연구하는 독자도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가르치는 일이 돈이 된다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최근에 나는 교육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소설 쓰기 특강을 한 적이 있다.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분들이라 딱히 창작에 관심이 있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자 대부분이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재미’를 느끼시는 모습에 적잖이 감동을 받았다. 글쓰기에는 정말 자격이 필요하지 않고, 꼭 잘 써야만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것. 신나면 노래를 흥얼거리고 두둠칫 춤을 추는 것처럼, 마음에 어떤 생각이 맺히면 그걸 언어로 풀어내는 것은 정말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 그리고 사람에게는 누구나 이야기하고 싶은 본능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 것이다. 다만 초중고 정규 교육 과정에 시나 소설을 창작하는 시간이 필수로 지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문학 창작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통념이 퍼지게 된 것 같다. 음악, 미술, 체육 같은 예체능 시간에는 표현활동이 기본이 되지만, 학교 문학 시간엔 작품 감상이나 문학사 위주의 공부만 하게 된다.

내가 생각한 소설 창작 수업이 필요한 이유


 물론 현장에 계신 국어 선생님 중에서도 창작 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수행평가나 수업 중 활동으로 창작 수업을 하시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열정 넘치는 교사에 국한된 얘기고, 정해진 교과서 진도대로 수업을 나가게 되면 ‘창작’ 수업은 등한시될 수밖에 없다. 갑자기 파편화된 국어교육의 현실을 지적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소설을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분들을 대상으로 몇 번의 수업을 진행하며 소설 쓰는 일의 매력을 또 한 번 느끼게 되었다. 게다가 3시간짜리 특강의 강의료가 50만 원이었다. 시급으로 치면 16만 원인데, 근무하는 학원 시급이 1만 6천 원이니 딱 10배 차이였다. 재미있게 수업을 하고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나는, 이런 호사스러운 일자리가 한 달에 한 번씩 꾸준히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지난번에 이야기했듯이 나는 장기적으로 글 쓰는 삶을 구축하기 위해 최근 주 5일짜리 학원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학원은 학생들의 하교 후에 근무를 하게 되니 오전에는 글을 쓰고 오후에는 일을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일복이 터져 3월부터는 고등학생 국어과외와 1막 1장 소설 쓰기 프로그램도 진행하게 되었다. 분명, 가르치는 일은 보람도 있고 금전적으로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막상 바빠질 것을 생각하니 내 글은 언제 쓰나, 그런 걱정이 밀려든다. 또 수강생 분들을 잘 가르치기 이전에, 나부터 소설을 잘 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부담감도 느끼고 있다. 머리 스타일이 별로인 미용사에겐 머리를 맡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잘 쓰는 소설가한테 소설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뭐,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일이고, 원래 가르치는 사람이 배우는 사람보다 더 많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법이다. 그러니 당분간은 부끄럽지 않은 소설 강사로 살며, 부끄럽지 않은 소설을 쓰는 사람이 (언젠가) 되기로 하자.  



*안녕하세요 가하입니다.

오늘은 저녁에 가족 모임이 있는 관계로 카페에 가지 않고 직장에 남아 2~4시 사이에 글을 써서 올립니다!

그리고 이왕 글을 올린 김에 홍보 좀 하겠습니다~


1막 1장에서 소설 처음 쓰는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평소 소설을 써보고 싶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2주간 매일 짧은 글감을 드리고 3주 차에 에이포 3장 분량의 초단편 소설을 써내는 과정입니다. 과제만 잘 따라오시면 3주 후엔 소설 한 편이 뚝딱입니다! 초심자 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그럼 오늘도 당신만의 하루를 사시길 :)


https://www.theact1scene1.com/1480084027/?idx=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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