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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 Oct 21. 2023

글쓰기가 나를 살렸다

인생 최악의 고비

대운이 오기 전에 사람은 죽을 만큼 힘든 고난과 시련을 겪는다고 한다.

2020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나는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다. 쓰는 작품들은 전부 잘 안 되었고, 취직하려고 노력했지만 서류에서 전부 탈락했다.

아버지가 위암 4기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세상에사 가장 멋진 나의 슈퍼맨이 무너지는 모습을 봐야 했다. 5년은 충분히 살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하다는 의료진의 말만 믿었는데 아버지는 8개월 만에 돌아가셨다. 외동딸로 상주가 되어 장례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진행했다.

그 후는 더 힘들고 괴로운 일이 펼쳐졌다. 가까운 사람들이 오히려 더 아프고 힘들게 만들었다. 가족이라고 믿었던 사람들, 십 년 넘게 의지하고 함께 한 친구들, 아버지처럼 따르던 교수님 등. 내가 믿고 있던 세상이 와르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게다가 어머니의 눈에 문제가 생겼다. 갑자기 눈앞이 검은 실선으로 갈라져 보인다고 했다. 안과에 갔더니 바로 응급실로 가라고 했다. 망막박리증상으로 아버지가 다녔던 그 병원에 어머니도 1년 동안 다녀야 했다.

코로나 때문이 아니더라도 내 삶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거세고 성난 파도 위에 돛단배를 탄 채, 이리저리 흔들리며 잔뜩 멀미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언제쯤 내 삶이 좀 차분해질까, 언제쯤 평화가 찾아올까, 내일이면 좋아지지 않을까. 아니 좋은 일은 바라지도 않으니까 제발 아무 일도 안 일어나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런 흔들리는 삶을 꽉 잡아준 건 집필, 글쓰기였다. 매일 조금이라도 쓰는 그 과정이 내가 그래도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나침반 역할을 해주었다. 웹소설을 쓸 때는 적어도 현실에서 나를 괴롭히던 모든 것에서 해방이 되었다.

돌이켜보니, 글쓰기가 나를 살렸다. 그때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정신적으로 버티기 힘들었을 듯싶다. 그랬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겠지. 아직 내가 이렇다 할 멋진 존재는 아니지만, 적어도 옛날의 나와 비교한다면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글기둥을 부여잡고 살아왔다는 박경리 선생님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웹소설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 또한 죽는 그 순간까지 재미난 이야기를 계속 쓰고 싶다. 웹소설이라는 글기둥을 붙잡고 열심히 살아갈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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