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섬에 살아요
버스가 오고 가는
지친 사람들의 섬
여기에는 흙이 없어요
단단한 보도블록의
물 한 방울 없는 섬
뿌리내리지 못하고
철 울타리에 매달려
한 계절 연명하는 섬
같은 시간에 사람들은
같은 시간에 돌아와요
하루가 반복되는 섬
관리하러 오는 이가
페트병에 조금씩 담아
주사하듯 물을 줘요
나는 주사를 맞아요
아플 수밖에 없어요
보이기 위해 사는 섬
이렇게 삭막한 도시에
나는 존재하는 걸까요?
나는 살 곳을 잃었어요
씨앗이 되어 피고파도
다시 피울 곳이 없어요
사람들이야 예쁘다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요
너무 기괴하지 않나요?
꽃은 들에 피어야 하고
인간은 자연에서 살다
자연으로 돌아가야 해요
나는 당신의 섬에 사는
살 곳을 잃은 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