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에
타는 기차는
반대로 달린다
창에 비치는 비는
역으로 달린다
반대로 흐른다
역방향 좌석에서
거꾸로 흐르는
시간을 만난다
반대로만 감기는
고장 난 태엽처럼
시간을 거슬러
돌아가고 싶다
포기 못한 자존심에
포기한 인간관계
놓지 못한 고집에
놓쳐버린 일상들
꿈이란 이름으로
떠나보낸 사랑까지
반대로 달리는
기차의 방향성에
내가 살아온
인생이 스친다
하지만 알고 있다
반대로 왔지만
결국 도착할 곳은
어차피 같다는 것
도착할 역에
나의 가족이
기다린다는 것
반대로 왔지만
역의 역방향은
정방향이라는 것
뒤에서 앞으로
세상이 지난다
가끔 그리워지는
다른 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