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버릴 수 없는 사람이 살았어요
한 번이라도 손으로 만진 것은
모두 모아서 저장했고
그저 조금이라도 예뻐 보이는 건
모두 사서 두었어요
아련한 옛사랑의 기억은
가장 깊은 곳에 감춰두어
새로운 시작을 주저했고
자신의 사소한 실수조차도
언제나 생각하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버릴 수 없어 모인 물건들은
이내 산처럼 쌓여 집착이 되었고
도저히 잊을 수 없던 수많은 사념들은
이내 바다만큼 불어나 불안이 되었어요
이제 그 산을 비우고 바다를 메워서
맘 편히 쉴 곳을 되찾으려 해요
두려움을 넘어서서 비워낼 수 있어야
그 틈에 내가 온전히 머물 수 있다는
잊고 있던 기억을 기억해 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