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없이 선을 그린다

10.29

원 없이 선을 그린다/가현달

으레 시작이 언제인지 모를 하루를 함께했었고, 내일을 약속했었던 친구들이 그립다,

사실 누가 하자고 한지 모를 시간을 같이 했었고, 함께할 약속을 하곤 했었던 순간들이 그립다,

이유가 없어도 웃을 수 있었던, 새로울 것 없어도 행복했던, 평범한 일상들이 그립다,

모두가 모여 웃고 떠들던.친구들과 함께 놀 곳을 향해 뒤늦게 떠나간 네가 그립다

하늘이 숨결을 잃고.대지는 생명을 잊고.부모가 자식을 잃고.또다시 너를 잊다가.불현듯 떠오른 기억이 나를 때린다

네가 찾아간 친구들과 그곳에서 행복하기를.내게 찾아든 너의 기억이 이곳에 남아 살기를

이름조차 희미해진 너를 그리워하는 나는.그 좁은 골목에서 잃어버렸던 건 그날을 지켜본 나였다.남은이는 슬픈 눈물을 감추고.덧없는 무지를 피해.원 없이 선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