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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렁이는 미워할 줄을 모릅니다

by 가현달

시뻘건 불길이 나를 잡아먹기 위해

코앞까지 닥쳐옵니다

철그덩 쇠목줄은 저 화마보다

더 질기고 잔인한 놈입니다


이미 잔털은 불에 그을려 다 타버리고

뜨거운 바람은 피할 길이 없습니다


여기저기 울리던 사이렌 소리와

부산한 사람들의 손에는 한가득

소중한 것들을 이고 지고

이 불구덩이를 떠나갈 동안

그나마 덜 소중한 나는 이곳에 갇혀

당신만을 기다립니다


이럴 거면 풀어나 주지 그랬어

여기저기 갈곳 없이 떠돌더라도

나 누울 곳은 내가 정하게 두지 그랬어

염치없는 나는 당신에게 바라봅니다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소리에

나의 울음소리도 같이 하얗게 아내

불편한 나의 지막 지라도

나는 미워할 줄 모르는 그런 당신의

누렁이였고 아마도 그 이름이었을 겁니다


마침내 는 이름을 잃고 당신께 잊혀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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