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하게도 오른손잡이로 태어나
한 번도 왼손으로 글을 써본 적이 없었다
다수에 속해 한 번도 고민할 필요 없이
그냥 하던 대로 하면 그만이었다
내가 사는 세상은 왼손잡이가
되어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나 한 사람 건사하기도 힘들다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고
말하고 싶다 정말이고 싶다가도
생각 없는 나는 왼손 쓰기를 연습한다
우리가 서있는 세상은 왼손잡이가
되어봐야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불편하게 유치하게 비효율적이게
그렇게 부정당해 가슴깊이 울다가도
그래도 나 하나쯤은 괜찮겠지 하고
이것저것 끄적이는 하루에는 오늘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삐뚤빼뚤 써 내려간
나의 조각들이 가루가 되어 모여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