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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달 Apr 19. 2024

그림자 아이 (01화)

나는 세상에서 가장 뚱뚱한 고양이가 되는 게 꿈이야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었다. 신의 변덕일 수도 있었고, 알 수 없는 무언가로 인해 세상의 규칙이 변한 것일 수도 있었다. 다만 그림자는 어느 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음으로 인격이 생겨난 그림자 가장 처음으로 만난 것은 검은색 길고양이다.


그날은  어느 날이었다. 성곽탐방로 주위로 난 산책로는 조팝나무꽃이 만개하여 있었다. 햇빛이 가장 높게 오르는 시간이 오자 각종 봄꽃들은 봄의 향기를 흩날다. 만개한 조팝나무꽃 사이에 앉아 부지런히 그루밍을 하던 검은 고양이에게 그림자가 다가가 물었다.


“안녕 검은 고양이야. 내가 잠시 너를 복해도 될까? 빛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빛이 없어질 때까지 너를 따라다니며 이야기하고 싶어”


그루밍을 하던 고양이는 잠시 어이없는 표정을 하고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관심 없는 듯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난 지금 인간에게 밥을 얻어먹어야 해서 바빠. 이 구역에서 살아남으려면 필수로 지켜야 하는 일과지. 이제 곧 우리에게 밥을 주는 아저씨가 올 시간이야. 귀찮게 하지 말고 저리 가.”


“그런데 밥을 주는 아저씨가 야?”


고양이는 아저씨 이야기가 나오자 조금은 기분이 풀린 목소리로 그림자에게 말했다.


“매일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우리에게 밥을 주러 오는 인간이야. 오래전에 나를 떠난 우리 엄마는 인간을 믿지 말라고 했지만 아저씨 덕분에 조금 인간을 믿게 되었지.”


고양이는 라당 몸을 뒤집고 훈장인 듯 배를 가리키며 그림자에게 말했다.


“이거 보여? 저번에 어떤 인간이 발로 차서 생긴 흉터야. 처음엔 먹을 걸 주면서 나를 홀렸지. 다가가서 애교 좀 부려주려고 했는데 다짜고짜 발로 차더라고.


그림자는 흉터를 이곳저곳 살펴보며 말했다.


“인간은 아주 위험한 존재구나. 그런데 왜 인간을 기다리는 거지?”


고양이는 몸을 일으킨 후에 앞발을 포개 앉았다. 새까만 색의 고양이였지만 앞발만은 새하얀 양말을 신고 있었다. 어느새 마음의 거리가 조금은 가까워진 듯 검은 고양이는 커다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인간은 자신들이 허락하지 않은 생물은 절대 곁에 두지 않아. 우리 고양이들도 겨우 허락을 받아가고 있는 중이지. 주변을 봐. 눈에 보이는 살아있는 생물은 인간과 인간이 허락한 생명체뿐이. 겨우 곤충정도가 지독한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야. 그마저도 점점 사라져 가고 있긴 하지만... 더 이상 우리는 스스로 생존할 수 없게 되었어.”


그때 어디서 나타난 건지 각종 무늬의 고양이들이 주변에 모여었다. 그리고 곧 배낭을 메고 한 손에 사료통을 든 아저씨가 나타났다. 아저씨가 짧은 휘파람을 불자 고양이들은 있는 힘껏 울어대며 아저씨를 반겼다.


그림자는 신기한 듯 주변을 돌아보며 이것저것 관찰하다가 말을 꺼냈다.


“보아하니 너는 이 주변 고양이들 중에서 제일 작구나. 밥을 많이 못 먹었니?”


고양이는 무리의 가장 뒤에 떨어져 앉아있었다. 마치 사냥을 할 듯이 엉덩이를 쳐들고 아저씨의 손길만 바라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며 이야기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뚱뚱한 고양이가 되는 게 꿈이야. 그러니까 너도 나랑 함께하면 언젠가는 가장 뚱뚱한 고양이 그림자가 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때까지 함께할 수 없어. 난 밥 먹고 나면 어두운 으로 돌가야 하거든. 사는 게 언제나 낮처럼 밝은 수 없다는 걸 난 잘 알아.”


이내 아저씨는 고양이 무리를 지나 검은 고양이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그릇에 사료와 물을 라주며 고양이와 가벼운 눈인사 후에 자리를 떠났다.


정신없이 사료를 먹던 검은 고양이는 잠시 후에 몸을 일으킨 후 산책로를 따라 세워진 울타리를 훌쩍 넘으며 이야기했다.


“난 이제 좀 쉬러 내 거처로 돌아가야 해.”


말을 마친 고양이는 고개를 돌려 발길을 옮겼다. 그림자는 뒤를 따르며 고양이에게 물었다.


검은 고양이야 혹시 너의 이름을 알려줄 수 있을까?”


“글쎄 한 번도 이름을 가져본 적이 없어. 가끔 간식을 챙겨주는 할머니는 라고 부르긴 하지. 하지만 그게 내 이름은 아니야. 그 할머니는 보이는 모든 고양이를 나비라고 부르거든. 그래도 만약 이름을 갖게 된다면 너에게 가장 먼저 알려줄게. 네가 나를 다시 찾아온다면 말이야. 그렇다고 너를 계속 기다리겠다는 뜻은 아 오해는 하지 마.”


검은 고양이는 어두운 골목틈의 빈집 옥상으로 향했고, 지붕 밑 공간에서 그림자와 이별. 고양이는 천천히 하품을 하고 도도하게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그림자도 이내 고양이를 보내주곤 자리를 떠났다.



[ 02화로 이어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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