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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현달 Apr 23. 2024

그림자 아이 (02화)

나는 아주 오래 기다릴 수 있어.

4월의 어느 날 그림자가 여행하며 만난 것은 놀이터 한편에 앉아 모래놀이를 하는 어느 여자아이였다. 아이는 어설프게 묶은 양갈래 머리를 하고 있었지만, 노란 리본이 달린 머리끈 잘 어울리는 여운 아이였다.


“안녕 모래놀이를 하는 아이야. 내가 잠시 너를 복사해도 될까? 잠시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땅에 무언가 열심히 그림을 그리며 놀던 아이는 잠시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이며 말했다.


“너도 죽은 거니? 말은 하는데 안 보이네. 우리 오빠도 죽어서 모습 안보이거든. 그래도 가끔 너처럼 나한테 말하곤 해.”


그림자는 아이의 말에 잠시 혼란을 느끼고 다시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글쎄 난 죽는다는 게 어떤 건지 잘 몰라. 그렇지만 네가 원한다면 너의 오빠처럼 날 죽었다고 생각해도 좋아.”


아이는 들고 있던 나뭇가지를 바닥에 던지며 그림자를 쏘아보았다.


“아니 죽는 건 나쁜 거야. 누군가 죽으면 난 가끔씩 혼자가 돼.”


“그럼 난 살아있는 걸로 할까? 적어도 네가 계속 빛이 있는 곳에 있어주면 그때까지는 너의 곁을 지킬게.”


아이는 눈물글썽거리며 조그마한 주둥이를 웅얼거리 말했다.


“빛이 없어지면, 그럼 너는 죽는 거야?”


그림자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죽는다는 건 어떤 걸까? 곧이어 그림자가 이야기했다.


“사라지며 이별하는 게 죽는 거라면 난 죽는 게 맞아. 그렇지만 진짜 영원히 없어지는 건 아냐. 다시 빛이 들면 누군가의 그림자가 될 수 있거든.”


“정말 영원히 없어지는 게 아냐? 그럼 우리 오빠도 빛이 있다면 어딘가에서 살아는 거야?”


그림자는 아직도 살아있다는 게 어떤 건지 알 수 없어 한참을 생각다 이야기를 이어갔다.


“살아있는 게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누군가의 기억을 느낄 수 있어. 그리고 네 기억 안에서 너의 오빠를 느껴. 산다는 의미가 누군가를 느낄 수 있는 거라면, 너희 오빠는 나에게서 는 거지. 그렇게  오빠도 누군가의 기억으로  않을까?


아이는 그림자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오빠 어딘가에서 살아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네가 우리 오빠를 만나게 된다면 이야기해 줄래? 나 저번주에 10살이 되었다고. 어딘가에서 살아있다면 다음번 내 생일에 꼭 나를 찾아달라고 전해줘. 아 참 그리고 오빠 친구는 지금 어른이 되었나 봐. 취직해서 이사도 갔대. 만약에 너무 빠쁘면 나보다 언니한테 먼저 찾아가 달라고 전해줘. 저번에 언니가 나한테 비밀이야기를 해줬거든. 혼자만 살아 나와서 많이 미안하. 오빠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 알면 니가 행복할 거야. 나보다 언니가 더 오빠를 보고 싶어 거든. 아주 오래 기다릴 수 있. 나도 이제 10살이니까.


흐리던 하늘은 조금씩 빗방울을 떨어뜨리고 있었다. 아이는 혼비백산하며 이야기했다.


이제 집으로 갈래. 비 맞는 건 정말 위험한 일이오빠가 말해줬거. 그럼 우리 오빠 만나게 되면 꼭 전해줘야 해. 우리 모두 오빠를 기다린다고.”


그림자는 뛰어가는 아이를 뒤따르며 다급하게 말했다.


“그런데 너의 이름이 뭐야? 나에게 너의 이름을 알려줘.”


아이는 뒤돌아보며 큰소리로 이름을 외치고 있었지만 비구름에 드리워하늘은 이미 어두워진 뒤였고, 그림자도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 03화로 이어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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