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왜 화이팅을 외치는가?

청춘, 힘내지 않아도 되는 나이.

by 하원
2021년 3월 25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이유(IU, 이지은)의 정규 앨범 5집이 나왔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이유한테 별 관심이 없었다. 그저 아이유의 노래를 즐겨 듣고 아이유라는 가수가 인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는 그뿐이었다.


내가 아이유의 팬임을 자청하게 된 것은 이지은이라는 사람이 보이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가수 아이유가 아니라, 예능을 통해, IU TV와 라디오, 기사 등을 통해서 사람 이지은이 매력적이고, 선한 사람인지를, 또한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선한 방향으로 이끌려고 애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가수 아이유, 배우 이지은의 작품을 기대하고 기다리게 되었다.


역시나, 이지은은 이지은이었다. 나는 아이유의 가사가 참 좋다. 사람이 깊은 고뇌를 통해서 고민을 정말 많이 하면서 작사를 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한 자 한 자 참 썼다 지웠다 많은 수정을 통해서 작사를 했을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많아서 좋다.


깊이가 깊을수록 좋다. 글을 쓰는 것도 그래서 좋아한다. 나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나의 깊이를 짐작해 볼 수 있고, 뒤죽박죽 머릿속에 혼란하게 퍼져 있던 생각을 정리해서 하나의 파일 안에 넣고 깊이를 더 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진중한 대화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가슴속 깊이 고민하던 생각들에 대해 묻고 답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 사람이 좋다. 가벼운 대화는 흥미도 생기질 않고 금세 질려 버린다. 나라는 사람과 너라는 사람의 깊은 속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묻고 답하는 것만큼 흥미롭고 재밌는 게 없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 아이유가 인터뷰를 한 것을 보고 잤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매일 과제가 있었다. 매일매일 과제를 해내고 이번 주는 매일 아침 공복 운동도 해냈다. 저녁 운동도 2일이나 했다. 금토일 동안 또 과제와 씨름해야 할 생각에 지쳐 버리고, 우울함에 젖어 있었는데 아이유의 인터뷰를 보며 마음이 차분해지고, 다음 날 일어나서 전곡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면서 과제를 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거기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내용은, 20대의 청춘에게 작별을 고하고, 30대의 청춘에겐 반가움을 전하기 위해서 라일락이라고 이름을 짓고 콘셉트를 그렇게 정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딱 지금을 정의할 수 있는 단어가 '청춘'이었다고, 라일락의 꽃말이 '청춘'이라서 라일락으로 정했다는 것이었다. 20대도 청춘이고, 30대도 청춘이지 않냐는 말이 평소 내가 생각하던 가치관과 맞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SNS를 하다 보면, 어딘가에 취해있는 듯한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하고 있는 무엇인가에 강렬하게 사로 잡혀서 그것에 일상을 지배당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는 생각이 점차적으로 증폭되었다. 다이어트 식단 계정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되고, 소통하기도 하는데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본인에게 취해 있는 듯한 감정이 느껴질 때가 있다.


스스로의 모습에 도취되어 있는 상태 말이다. '왜'라는 질문은 하지도, 해야 한다는 자각도 없이 그저 '무엇을',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방황하는 모습도 자주 보게 된다. 본인이 왜 그런 지 모르겠단 말도 자주 한다.


그제야 잘못된 '왜'를 던진다. '다들 더 힘내서 더 좋은 몸을 만드는데, 더 좋은 직업을 갖는데, 더 좋은 상황으로 만들어 가는데 왜 나는 이것밖에 못할까?'

'갑자기 나 왜 이러지? 잘하고 있었는데 왜 힘이 안나지?' 라며 자신을 타박하며, 자신의 열정에 대한 의문을 갖는다.


그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을 내야 한다며, 힘을 내라며 자신을 몰아간다. 그게 안타깝다. 열정은 끓어올랐다가도 식는 게 당연한데, 쉬어 줘야 할 타이밍에 힘을 내라며 달리다고 채찍질을 하다니, 난민에게 달리라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것을 왜 본인만 모를까. 그러니 얼마나 안타깝고 답답하겠는가.


인간관계로 인해서 내 삶이 송두리 째 흔들렸을 때, 내게 힘내라던 응원은 정말 최악의 응원이고 위로였다. 정말. 정말 그보다 최악이 없었다. 나도 힘내고 싶은데 힘을 낼 힘 조차 남아 있지 않은 상황에서 힘을 내라니, 그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관심한 태도인가. 그 말에 정말 크게 상처 받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그 후 다시는 '힘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그 말을 듣자마자 기운이 쫙 빠지는 것을 한두 번 느껴본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힘내라는 말 대신 힘 빼라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힘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잔실수가 잦아지게 된다. 기합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긴장하게 되고, 초반에 과한 액셀을 밟아서 중간까지 가지도 못하고 나자빠지게 된다. 그래서 나는 힘내서 달려가고 싶을 때, 이루기가 쉽지 않은 목표를 가졌을 때 계속 되뇐다.

'힘 빼자.', 힘 빼고 최선을 다하자. 그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 내가 해낼 수 있는 정도의 최선을 다하자. 그리고 미련을 두지 말자. 하고 싶은 일도 그렇게 하자.

파이팅을 주지 않으려고 한다. 그저 내 속도와 온도에 맞게 템포를 맞추며 지금에 최선을 다하고, 지금에 집중하며 살아가려고 한다. 그렇게 살다 보니, 지레 겁먹고 시도 조차 못했던 일이나,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엄두도 안 나서 계속 나중으로 미루었던 일들도 차근차근 해낼 수 있게 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너무 파이팅을 외치며 살아간다. 힘이 나지 않을 땐 쉬어가는 게 맞고, 항상 힘을 내며 살아갈 순 없는 것이다. 그리고 본인 만의 템포를 맞추며 살아가는 것이 결과적으로는 더 빠르고 이롭다.

무언가를 먹고 싶다고 생각할 때나, 무언가를 먹으려고 메뉴를 선정할 때 우리는 모두 '지금 당장' 뭘 먹고 싶은지에 집중한다. 지금 고를 수 있는 선택지 중에서 가장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파이팅이 들어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저 나 자신에 대해 집중한다. 내 속이 어떤지, 배부른 정도는 어떤지, 어떤 즐거움을 누리고 싶은지에 집중한다. 바로 그것이다. 힘을 뺀다는 건.

가고 싶은 목적지까지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보다 내가 '무엇을 왜' 하고 싶은지에 우선 집중을 하고, 그 방법을 고민해서 나아가는 것!


WHAT-WHY-HOW로 나아갈 것!
나와 같이 청춘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이, 청춘을 살아가면서, 몸에 너무 기합을 넣고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취해 있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너무 늘어져서도 안 되겠지만, 적당히 칭찬도 해가면서 본인만의 온도와 속도로 보조를 맞춰가며 그렇게 걸어갔으면 좋겠다.
한 살을 더 먹어도 청춘인 라일락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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