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도 행운의 여신이 있다면
"원래 죽은 사람은 말이 없어!"
정말 그랬다. 아빠는 단 한 번도 말을 한 적이 없다. 꿈에 나타날 때면 늘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바라보거나, 서 있거나 하는 그 정도의 모습이다. 아무 말 없더라도 그렇게 꿈에 찾아와 준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기 그지없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며칠 지나지 않아 꿈을 꿨는데 큰엄마와 나 그리고 아빠가 등장했다. 나와 큰엄마는 누워 있었고 아빠는 그 사이에 서서 우리를 우두커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은 듯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 꿈을 꾸고 난 후 큰집과 사이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았다. 무서웠다. 아빠가 꿈속에 나온 것이 어떤 상황을 암시라도 하는 듯 나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았다. 큰집과의 일이 해결된 후 그때와 같은 등장인물이 출연하는 꿈은 더 이상 꾸지 않았다.
"죽은 사람이 나오면 길몽이라며!"
꿈에서라도 자주 보면 좋을 텐데, 이후로 꿈에 정말 나오지 않았다. 기억을 못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돌아가신 후 3년은 그랬던 것 같다. 나는 그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명절 제외하고 쉬는 날 없이 출근했다. 토요일, 일요일. 공휴일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다. 가만히 있으면 자꾸 아빠 생각이 났다. 아빠 생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래서 '일'이라는 도피처를 선택했다. 3년을 정신없이 일만 하고 지내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았다. 마음에 안정을 찾기 시작하자 간간이 꿈에서 얼굴을 보여준 아빠였지만, 여전히 말은 없었다. 내 꿈속에서만 그랬던 건 아니다. 엄마, 동생, 그리고 남편의 꿈속에서도 아빠는 늘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언젠가부터인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최근 3~4년 사이에 아빠는 마치 나의 미래를 예견이라도 하는 듯 중요한 일을 앞두고 꿈에 나왔다. 꼭 어떤 일을 앞두지 않더라도 아빠가 꿈에 나오는 날이면 며칠 뒤 좋은 일이 생기곤 한다. 진행하는 일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든지, 중요한 계약이나 의사결정이 나에게 긍정적인 방향으로 온다든지, 새로운 일 제안이 들어오는 등 항상 그랬다.
꿈속의 상황마다 그 풀이가 조금씩 다르지만, 꿈해몽을 보면 조상꿈에는 대체적으로 길몽이 많다고 하는데, 정말 그런 걸까! 내 꿈속에서 벌어지는 일 중 특별한 상황이 있는 건 아니지만, 꿈속에서라도 말없이 얼굴 보여주는 아빠를 만나면 그날 아침은 기분이 좋다. 꿈에서라도 보고 싶은 아빠를 만날 수 있어서 그런 걸까. 몸은 고단해도 기분 좋게 아침을 열 수 있다. 가끔 남편과 "숫자라도 좀 알려주고 가시지"하며 우스갯소리를 하지만, 숫자 따위 알려주지 않아도 괜찮다. 그냥 어쩌다 한 번씩 그렇게 와서 얼굴이라도 보여주면 그걸로 만족한다.
며칠 전에도 꿈속에서 아빠를 만났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무 말 없었지만,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러고 며칠 뒤 진행하던 일에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만약 내게 행운의 여신이 있다면, 그건 어쩌면 꿈속 아빠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