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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보크 May 13. 2021

가을의 시간

마흔 다섯의 노래



잎잎이 물들어 간다

비로소 물이 든다


바람은 전생을 노래했고

풍문으로 들은 이야기의 환영들은

가슴에 점점이 박혔다


꽃을 피우거나 열매를 맺거나

사철 푸르게 초록을 자랑하거나

그렇게 배웠

그게 나무의 쓸모라고


바림이 불고 비가 내리고

천둥 속에서 벼락 속에서

이 비 그치면 꽃 피우리라

꽃 피워 열매 맺으리라


그러나 내 몫이 아니었던 영


더 이상 꿈꾸지 않으리라

고집스럽게 버티던

초록 의지도 놓아버리고


오직, 고요 속에 잠들 즈음


배시시 웃는 햇살을 처음 본다

늘 말 걸어 

햇살의 이야기를 그제야 듣는다


물이 든다고 네가 사라지는 건 아니란다

햇살이 오면 햇살을 껴안고

비가 내리면 비를 맞으렴


잎잎이 물들어

있는 그대로 어우러 빛나는,

비로소 보이는 생의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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