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형은 키가 컸다.
심지어 아는 것도 많았다.
아이들은 그 형이 똑똑해서인지 무서워서인지 잘 따랐다.
그 형은 우리 동네에 사는 형이 아니었다.
그 형이 없을 땐 내가 우리 동네 대장이었다.
그 형이 온 후로 난 그냥 찌질이었다.
무슨 놀이를 할 때마다 그 형은 우리에게 말했다.
”그 건 그렇게 하는 게 아니고 이렇게 하는 거야 이 바보들아~“
자존심이 상했지만 어쩌랴~
”어이 야!“
그가 날 불렀다.
”왜 그렇게밖에 못하나 이렇게 하라고 했잖아!“
”아... 알겠어 형!“
어쩌랴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어찌 되었던 상대는 형이었다. 몸집도 나이도 내가 어찌 제압할 상대가 아니었다.
그렇게 놀다가 헤어지기를 몇 번.
그 형은 우릴 마치 일진이 선량한 학생 대하듯이 했다.
과자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키질 않나
점점 난폭해지고 심지어 말을 잘 못 알아듣는 아이들의 뒤통수를 후려갈기기 일쑤였다.
‘이거 이거 아무리 자기가 형이지만 지랄을 하네 참...’
점점 나의 분노 게이지는 최대치로 치닫고 있었다.
어느 날 아이들과 딱지치기 놀이를 하고 있는데 그 형이 또 와서 술래잡기를 하자고
딱지놀이를 멈추게 하였다.
딱지치기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놀이였는데...
분노가 폭발해 이성을 잃은 나는 먼저 술래를 자청한 그 형 뒤에 가서
개미만 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형을 불렀다.
”형!“
그 형이 뒤돌아 보았다.
”뭐야~“
난 태권도 도장에서 배운 정권찌르기로 각도를 높여 내질렀다.
그 형의 눈이 나를 볼 새도 없이 코에 주먹을 정통으로 찔러 넣었다.
”아악!!“
비명소리와 함께 그 형은 허리를 숙이고 코를 움켜쥐었다.
그 형의 손가락 사이로 피가 타고 흘렀다.
난 도망쳤다.
무서웠다.
‘피가 너무 많이 나는 거 아닌가?’
안 보일 만큼 멀리 도망쳐서 건물 뒤편에 몸을 숨기고 사건의 장소를 바라보니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 있었고 그 형의 엄마로 보이는 아주머니도 있었다.
아주머니들은 뭐라고 수군대고 두리번 거렸지만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잘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코를 저렇게 만든 놈을 찾고 있는듯했다.
나는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가 너무 늦게 집에 들어갔다.
어머니의 호통과 신들린 쇠 빗자루 타작이 무서워서 바로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머니는 말없이 저녁을 먹으라고 손짓하셨고.
아무것도 모르시는 것 같았다.
다음날 그 자리에 가보니 그 형이 흘린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 형은 그날 이후 보이지 않았다. 그 형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했지만 기억 속에 잊혀질 무렵 한 아이가 말했다.
”그때같이 놀던 다른 동네 형 코를 수술했대!!
글쎄 누가 술래를 하는데 코를 쥐어박고 도망을 갔다나 뭐라나!“
너무 놀라고 미안했지만 친구한테는 애써 모르는척했다.
아무도 몰랐다. 누가 때렸는지..
다들 숨어 있었고 그 형도 몸을 돌리는 동시에 정권찌르기가 들어갔으니 모를 수밖에..
더군다나 나는 잽싸게 현장을 벗어났으니...
이름도 모르는 그때 그 형 정말 미안해!!
내가 많이 잘못했어...
그렇게 될 줄 정말 몰랐어~
그러니깐 애들 부려먹지 말고 니네동네에서 놀지 그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