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극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런 인물은 선천적이든 다른 상황 탓이든 간에 그 성격의 근저에 거의 의도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압도적인 우울함이 숨어 있지만, 그것도 그 인물의 가치를 조금도 떨어뜨리지 않을 것이다.
비극적으로 위대한 인물은 병적인 우울함을 통해 그렇게 되기 때문이다. 야망을 품은 젊은이들이여, 명심하라. 인간의 위대함이란 질병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허먼멜빌.모비딕-
춤추는 별을 잉태하려면 반드시 스스로의 내면에 혼돈을 지녀야한다던 니체가 생각나는 문구입니다.
조지훈 작가가 쓴 승무에도 비슷한 늬앙스의 구절이 있죠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동서양의 많은 문학가들의 인간내면에 대한 고찰에서 빠질 수 없는것들이 바로 고독과 번민과 우울인것이 흥미롭습니다.
어쩌면 그 모든것들은 우리의 삶에 깊이 박혀있어 벗어날 수 없으니, 그 정신적 질병으로 잉태된 위대함에 대한 멜빌의 시니컬함이 오히려 인상적입니다.
2.
누구든 남을 비판하고 싶을때면 언제나 이점을 명심하라.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세상 사람들이 누구나 다 너처럼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지는 않다는것을 말이다.
-위대한개츠비-
put yourself in someone's shoes
다른사람의 신발도 한번 신어보라는 서양의 격언과 닮았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것이 굉장히 어려운일임을 깨닫고있습니다. 그래서 넣어봤습니다
3.
'이성에게 완전히 홀려버린 인간은, 특히 그것이 중년 이상인 경우에는 마치 눈먼사람처럼되어 절대로 있을 수 없는것에 희망을 걸어볼 뿐만이 아니라 이성(理性)이라는것을 아예 잃어버리고, 솔로몬 못지않은 지혜를 지닌 사람일지라도 철모르는 어린애와같은 짓을 하는법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
도스토예프스키의 글들 속에서 문장 한 두개만 뽑아낸다는것은 그야말로 비슷한 크기의 금덩이들 사이에서 하나만 고르는 것만큼 쉽지않은일일겁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인간은 저렇게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백치가 될때가 있다는점에 공감하여 가져왔습니다.
4.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앤 어린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죽기전에 이런말을 했다지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달라고....'
-황순원 소나기
윤초시네 증손녀의 마지막 소망이 잔망스러우면서도 서글프기에 오래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5.
인간의 내부에 지켜 간직해야 할 항구적인 것이 전혀 없다면, 무엇 때문에 반항을 한단 말인가?
-카뮈. 반항하는 인간
카뮈의 사상을 함축한 문장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해서 넣었습니다. 간결한 문장입니다만, 늘 그렇듯 카뮈는 저 한 문장에 많은것을 넣어놨습니다.
우리 인간은 영속적이지도 못하고, 영원히 변하지않는 가치란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카뮈는 말합니다.
하지만 어떠한 부조리라 생각되는것에 일단 반항을 하고나면 당장 우리가 지켜야할 가치는 생성이 되는것이죠.
그 반항으로 생겨난 가치가 영속적이지 못할지라도 당장 반항하는 인간에겐 소중한 가치를 지니게됩니다. 그러니 반항의 진정한 가치는 그 영속성과 불멸에 있는것이 아니라 부조리에 맞서는 인간의 의지 자체에 있다는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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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적었듯이 저한테는 인상적이었던 문장 몇개입니다. 사실 더 많은 것들을 쓰고싶지만 재미없는 이야기가 될것이 뻔해 짧게 써봤네요. 살다보면 어디서 흘러가듯이 들어본 노래가사나, 어릴때 읽었던 소설속 한 문장이 내인생의 어떤 시점에 와닿는 경험을 하게되는경우가 많습니다. 수많은 책을 다 읽어서 그것들이 모두 지식으로 남는다면 좋겠으나 꼭 그럴 필요가 있는 세상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저 인터넷 어디서 주워들은 글귀인데 제법 쓸만하네 정도의 감상이라면, 이글의 목적은 초과달성이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