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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on Aug 05. 2021

다가오던 손

망각과 치매 사이

당신은 기억하지 못해요

나를 때리던 그 순간

욕설 휘두르던 칼날

손목의 핏방울 흉터도

나는 냄새조차 생생한데


당신은 너무 빨리 늙고 병들었다죠

나는 아직도 거기에 갇혀 지내곤 해요

숨이 막히던 그 구석에 내몰린 순간

목을 조르던 충혈된 눈동자


식칼을 쥔 채 걸어오던 당신을

나는 매일 밤 꿈에서 만나요

그러면 4알 혹은 8알이 날 재우죠


그런 당신이 오늘 여기가 어디냐 물었어요

나는 한 시간 동안 당신과의 일을 반복해 말했죠

맞아요, 당신은 벌써 늙어버렸어요

모두 까먹어버린 그 일은 여전히 내 발목을 잡죠


울먹거리며 같은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는

우리 둘이 꼭 잡은 이 손들의 온기도 잊힐까요

차라리 잊어버려요 당신의 젊은 날의 실수

나 혼자 안고 잠들게요, 없었던 일처럼

그렇게 곁에서 같은 질문을 하며 웃어줘요

당신이 내 인생의 질문이고 영감이자 사랑이며

영원한 소울메이트라는 것만은 기억해주세요


망각은 참 잔인한 선물인걸 오늘 배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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