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S에게

by 건희



어릴 적 어느 날

사촌 누나가 명절이라고 무스를 발라줬어

그날 처음 만난 네가

내게 한 마디 했지


너 재수 없다


나는 한 마디도 못했어

무서웠거든

훗날 그 얘기 들려줬더니

너는 기억하지 못하더라


고등학생 시절

체육이 있는 날마다 네가 운동화를 빌려 갔어

되려 내가 고마웠어

너랑 친해 보였는지

아무도 날 건드리지 않았거든


그렇게 언제나 학생일 것 같던 우리는

갑자기 중년이 되었고

그나마 시간 내어 만나는 때라곤

누군가의 장례식 날 뿐이라니


몇 해 전

네 어머니 돌아가시고

우리 집 옥상에서 술 한잔 한 날


실감이 나지 않아

아직 내 곁에 있는 것 같아

병시중 하느라 함께 있던 시간이

내겐 축복이었어


말하며 흘린 네 한 줄 눈물

내가 다 봤지


하아 세월은

너에게도 나에게도

그렇게 도도하게

짓쳐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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