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단상

나는 누구인가.

by 바다숲


까맣던 하늘이 시시각각 색을 바꾸며 일출을 향해 달려간다. 어느새 쪽빛이 되었다가 다시 푸르러졌다. 창문을 여니 새소리, 공기 냄새가 시골처럼 맑다.


나는 어떤 사람이지. 내 본성은 뭘까?새벽잠을 떨치고 일어나 자신감을 장착하고 밤늦도록 일하며, 끝없이 목표를 세우고 바지런히 앞만 보고 걷던 예전의 내가 나일까.

아니면, 아무것도 않지만 더 격하게 하기 싫은, 흐리멍텅한 눈과 팔자걸음으로 세상 느릿느릿 걷는 지금의 내가 나일까.




나는 줄곧 칭찬받는 언니 곁에 초라하게 서 있었다. 언니는 아빠에겐 작은 얼굴과 냉철함, 명석한 두뇌를, 엄마에겐 매끈한 피부와 탄탄한 근육질 체형을 물려받았다. 지금도 집안의 자랑이자 해결사이고 새아빠도 언니는 어려워한다.


나는 예쁘고 똑똑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고 허약한 데다 식탐만 엄청나 별명이 '넓죽이, 돼지갈비'였다. 그러나 한 가지에 꽂히면 미친듯이 몰두하는 열정과 유머를 갖추었고 언변이 좋았다. 그런 면은 와닿지 않았는지 엄마는 항상 몸매를 지적 하면서 받아들이고 고치라고 하셨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사람마다 중시하는 게 다르기 마련이니, 어쩔 수 없이 나는 유죄였다

그래도 그땐 신경도 쓰지 않았다. 누가 뭐라든지 나는 내가 잘 될 거라는 걸 믿었다.


점차 확신은 물음표로 바뀌어갔다. 시험에 합격하지 못할 거란 걸 저 마음 밑바닥에선 이미 알고 있었지만, 버리지 못했다. 열등감이 내 정체성인가 싶을 정도로 쪼그라들고 또 쪼그라들어 거인국에 불시착한 소인처럼, 세상 모든 사람이 커 보이고 부러웠다.



오은영 박사님은 사람은 제 잘난 맛에 사는 거라고 하셨다. 나는 그동안 부족한 면에만 집착해서 그걸 일일이 메우려고 미친 사람처럼 버둥거렸다. 가까운 들의 노골적인 비난에 분노하면서도 무의식에선 '그래. 노력을 더했어야 하는데, 욕먹을 만 하지' 다.

많은 밤의 악몽 속에서 언제나 나를 쫓는 사람은, 돌아보면 항상 나였다.


태양이 작렬하는 한낮의 노란 하늘도, 노을빛 붉은 하늘도, 비 오는 충충한 회색 하늘도, 한 밤의 까만 하늘도, 새벽의 쪽빛 하늘도, 모두가 하늘의 색이다.

밝고 재밌고 애쓰고 잘 나갈 때만 내가 아니라, 어둡고 우울할 때도 자기파괴적이고 끝없이 침잠할 때도, 이 모든 게 나다.

만약, 그럴 기회가 온다 하더라도, 나는 나를 아무하고도 바꾸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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