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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이 사랑

슬픔 구슬의 뒷면

by 이가연

지난 '기쁨 구슬'에 이어, 오늘은 '슬픔 구슬'의 뒷면이다. 앞으로도 내 인생을 다각도로 보고 싶다.


1. 소튼이 아무리 작아도 그렇지

길거리 지나다니다 마주치기라도 바라는 마음으로 영국에 갔다는 게 말이 되나. 당연히 일주일 안에 못 마주쳤다. 쇼핑몰 백 바퀴를 돌아봐라, 날씨도 꾸리꾸리해서 걔가 쇼핑을 나왔을 리가 없다고 낙담했다. 그게 벌써 1년 전이다. 1년은 족히 더 지난 옛날이야기 같다.


그런데 그 덕분에 영국 오빠랑 제이드랑 좋은 추억을 쌓았다. 특히 영국 오빠는 그때가 영국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던 때였다. 오빠 집에서 자작곡 연주한 영상도 유튜브에 있다. 내가 걔에게 이메일을 보냈을 때도, 오빠가 바로 앞에 있었다. '수신 확인' 뜬 순간, 내가 의자에서 거의 날았다고 한다. 그 얘기를 오빠도 아직 계속한다. 그 순간을 생각하면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그래도 그때 온 김에 옥스퍼드도 가고, 라벤더팜도 가고... 아일 오브 와이트도 처음 가봤다. 이후에도 보냈는데 계속 메일 수신확인 새로고침을 하다가 한국에 돌아갔다. 되게 슬펐던 시기로 퉁쳐서 기억했지만, 그해 8월도 충분히 나는 멋진 사람이었고, 소중한 기억을 쌓았다.


2. 작년 8-9월

한국 돌아와서 작년 8-9월에 정말 매일 울었다. 인생에서 그렇게 매일 울던 시기가 있었나 모르겠다. 그런데 그 시기에 영국 오빠가 항상 카톡으로 함께해 줬다. 사람이 그렇게 매일 우는데, 옆에서 보는 사람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울었던 기억 뒷면에는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같이 들어있다. 그 누구도 이해해 주기 어려운 당시 감정이었다.


3. 올해 생일

무슨 1분 지날 때마다 핸드폰 시계를 본 것 같다. 과거에 끊어졌던 친구가 내 생일에 연락이 와서 눈물을 좔좔 쏟은 경험이 있어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기다렸다. 내가 생각해도 내 생일이 아니면 뭔 핑계로 나를 찾겠나 싶기도 했다. 정말 강릉에서 서울 온 거 말고, 하루 종일 기다린 기억밖에 안 나는 거 같다. 일찍 서울 집에 온 뒤로, 집에서 내내 핸드폰만 쳐다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저녁때 엄마와 동생이 케이크에 촛불 붙이고 노래 불러 줬다. 가족들에게도 매년 축하받던 게 아니라서 귀하다. 초 불면서 소원 못 빌었다고 우울해했던 생일도 많았다. 올해는 그거 했으면 그 순간 행복했던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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