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개나리의 노랑을 빼먹다니!
산수유와 생각나무도 노랑의 봄빛이지만 개나리만큼 친근한 노랑은 없을 것입니다.
제 몸에는 초등학교를 갓 입학하던 유년기의 피가 지금도 순환하고 있어서 그때를 들락날락하는 기분입니다. 몸은 중년인데 개나리를 만나던 유년의 기억은 생생합니다.
초등학교로 이어진 담벼락에 휘황찬란하게 드리워진 개나리는 학교 앞에 삐약대며 아장거리던 병아리를 연상시키고 또 아이들과 함께 뛰어다니며 놀던 강아지도 연상시킵니다. 어린아이의 고사리 손을 닮은 개나리꽃과 이들의 공통점은 친근함과 귀여움입니다.
이 친숙한 개나리에게는 독특한 사연이 있습니다. 주변에서 만나는 개나리는 여간해서는 씨앗을 만들지 않습니다. 꽃이 피어 벌과 나비가 찾아와 꽃가루를 묻혀 너울너울 날아가 다른 꽃밭에 가 앉는다 해도 수정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해마다 봄이 되어 피어나는 개나리는 어찌된 연유일까요?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개나리는 대다수가 사람의 손에 의해서 꺾꽂이로 번식을 합니다. 사람의 손을 타다 보니 굳이 힘들게 꽃가루와 암술이 수정에 도달하는 힘겨운 과정을 밟을 필요가 없다고 여겼을 수도 있습니다.
꺾꽃이로 번식한다는 말은 개나리의 모든 개체가 유전적으로 동일한 복제라는 뜻입니다. 부모 식물과 완전히 동일한 유전정보를 가진 개체로 자라나는 것입니다. 같은 유전자인 복제이기 때문에 수분이 된다하더라도 수정이 일어나지 않거나, 효율이 낮습니다. 개나리는 인간에게 길들여지기를 선택한 듯합니다.
개나리꽃이 가지는 구조 또한 수정을 어렵게 한다고 해요. 개나리는 나팔 모양의 통꽃 구조로 암술이 꽃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서 곤충들의 눈에 쉽게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꽃가루가 쉽게 닿기가 어려워 수정이 안 되는 또 다른 이유가 됩니다.
늑대 중에서 사람에게 덜 공격적인 늑대들은 인간과의 접촉을 유지하면서 점점 친밀해졌습니다. 사람들은 성격이 온순하고 유용한 늑대를 선택적으로 기르고 번식시켰으며, 그 후손들은 점점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의 지시를 따르는 성향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늑대는 '개'라는 새로운 종으로 진화하게 되었고 사람들과 개는 서로에게 의지하는 공생 관계로 발전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은 사냥이나 목축, 반려 등 다양한 목적에 맞게 개를 선택적으로 교배시켰고 그래서 오늘날은 수백 가지 품종이 생겨났습니다. 개는 인간의 주변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람과의 공생을 선택했습니다.
개나리와 강아지는 인간의 돌봄을 받고 사람과 함께 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