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난 사랑이라는 단어와 너무 멀어져 버린 느낌이다.
내가 얘기하는 사랑은 남녀 간의 뜨겁고 애정 어린 감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은 관심이고, 애정이고, 표현이고, 기쁨이고, 배려인 것이다.
남편의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서 멀어져 버렸다는 게 나를 힘들게 한다.
우린 카톡으로 대화를 자주 한다.
카톡으로 회사 상사 욕도 하고 카톡으로 여러 일정들을 논의한다.
정작 대면해서는 대화가 많지 않다.
그리고 언제가부터는 대면해서 대화를 하게 되면 서로 말꼬리를 잡고 다투는 일이 잦아졌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면 대화는 줄어들고 회사에서 시간 날 때 틈틈이 문자로 대화하는 게 그와 나의 소통의 전부가 되었다.
이제는 내가 화가 나 있어도 왜 그러냐 묻지를 않는다.
내가 이혼하자고 해도 이유를 묻지 않는다.
술 마셔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근본적인 그리고 최종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모르고 있으면서 나에게 묻질 않는다.
우리가 냉전상태가 되어도 남편은 먼저 나에게 묻질 않았다. 뭐가 문제인지를.
그러곤 언제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바로 일상적인 대화를 시도한다.
서운한 감정을 품고 대화를 거부하는 나에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가오는 남편은 나를 더 분노하게 한다.
그래서 내가 화를 내면 나를 성격이 이상한 사람인 양 말을 한다.
자긴 이성적으로 나를 대하는데 내가 감정적으로 행동한다 여기고 그렇게 말을 한다.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나는 감정적이고 히스테릭한 여자가 되어 있었다.
그의 행동에 화가 나서 언성을 높이면 말을 곱게 하라고 하고 왜 소릴 지르냐고 되려 나를 타박한다.
나를 화나게 만들고 소리 지르게 만든 사람이 되려 나한테 왜 그러냐 훈계한다.
그런 순간들이 나를 더 폭발하게 만든다.
어느 날은 내가 생각해도 내가 왜 이러나 싶을 정도로 화를 내고 있었다.
나를 그렇게 극한으로 화나게 만들어놓고 정작 그는 온화하다.
온화한 척 대인배인척 내 앞에서 위선을 떤다.
왜 화를 내는 거야?라고 한다. 언성 높이지 말고 말하라고 한다.
남편은 내가 정말 보살이라도 되는 줄 아는 건지.
이런 날들의 반복이다.
사랑이 없는 날의 반복.
그러니.. 같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런 일상은 나를 더 병들게 하고 피폐하게 만들 뿐이다.
물론 남편도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으니깐.
그렇지만 눈앞에 보이고 살부비며 살면 기대를 안 할 수가 없으니
안 보고 사는 게 맞지 않을까
나는 이혼을 원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나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 중이다.
이것이 현명한 길이겠지?
이것이 최선이겠지?
이것이 내가 행복해지는 길이겠지?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해지겠지?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