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Customer Satisfacton) 경영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은 고객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이다. ‘나의 고객은 누구인가?’, ‘우리 회사의 고객은 누구인가?’—이 두 질문은 비슷해 보이지만, 결코 같지 않다.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못하면, 이후의 모든 CS 전략은 방향을 잃고 표류할 수 있다.
우리는 보통 ‘고객’ 하면 회사 바깥의 외부 고객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고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내부 고객과 외부 고객이다.
내부 고객은 같은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상사, 후배, 혹은 협력사와 파트너들이다. 나에게도 내부 고객이 있었다. 예를 들어, 내가 근무했던 통신사에서 고객 응대의 최전선에 있던 콜센터 상담사들, 그리고 현장에서 설치나 A/S를 담당하는 기사들이 바로 내부 고객이었다. 그들과의 원활한 소통과 협업이 나의 성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였다.
내부 고객은 언젠가는 외부 고객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특히 B2C 기업에서는 이들이 회사를 떠나 다른 고객의 입장이 되기도 하고, 더 나아가 회사의 평판을 좌우할 ‘입소문의 주인공’이 된다. 그래서 내부 고객 관리가 단순히 ‘사내 인맥 관리’로만 보이면 안 된다. 내부 고객이 편안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할 수 있게 돕는 것은 곧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내부 고객 관리도 외부 고객처럼 지표화해 관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직원만족도나 내부 서비스 이행률 같은 지표를 만들어 내부 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개선점을 찾는 식이다. 이 부분은 이후 별도의 장에서 다시 다루겠다.
외부 고객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일반 고객’이다. 이들은 다시 여러 단계로 세분화할 수 있다. 예비 고객(잠재고객), 가망 고객, 실제 구매 고객, 사용 고객, 그리고 이탈 고객 등이다. 업종에 따라 명칭이나 구체적 분류는 다를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다섯 단계 안에서 고객의 흐름을 이해하면 된다.
고객을 이렇게 분류해 보면 어떤 고객에게 어떤 접근과 서비스를 해야 할지가 더 명확해진다. 고객의 정의를 제대로 내리지 않으면, 이후 진행되는 캠페인이나 VOC(Voice of Customer) 분석 과정에서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구매는 했지만 사용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경우도 있고, 의사결정권이 구매자가 아닌 사용자에게 있는 경우도 있다. 이 차이를 간과하면, 진짜로 중요한 고객의 니즈를 놓치기 쉽다.
조금 더 실감 나는 예를 들어보겠다. 나는 평소에 가족과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을 자주 간다. 이 레스토랑에서는 할인카드와 포인트 적립을 제공하는데, 그 카드의 명의는 남편으로 되어 있다. 할인 혜택을 받기 위해 남편 명의로 결제는 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가게를 고르고, 메뉴를 선택하고, 음식을 먹는다. 그런데 매번 고객 만족 설문조사는 남편에게 간다. 그 설문조사에 응답하면 음료 쿠폰을 받을 수 있어서, 남편은 흔쾌히 참여한다. 하지만 이 과정을 보며 ‘정말 이 레스토랑의 고객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떠올랐다. 카드를 발급받은 남편일까? 아니면 직접 음식을 먹고 경험을 평가할 수 있는 나일까?
이 사례에서처럼 구매고객과 사용고객은 명확히 다를 수 있다. 구매고객은 결제만 하지만, 서비스의 경험과 만족을 직접 느끼는 것은 사용고객이다. 이 둘 중 누가 더 중요한 고객인지, 혹은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는지는 상황마다 다를 수 있다. 그렇기에 CS 경영에서는 반드시 이 구분을 인식해야 한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의사결정력’의 위치다. 사용고객이 의사결정권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가족 단위 소비에서나, 기업용 제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업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의 평가와 불만은 구매 결정을 좌우하는 강력한 요인이 된다.
이처럼 고객을 올바로 정의하고 분류하면, 어떤 고객을 타깃으로 어떤 전략을 짜야할지 자연스레 보인다. 내부 고객은 어떻게 만족시키고 협업의 시너지를 낼지, 외부 고객은 각 단계별로 어떤 정보와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지, 무엇보다 구매고객과 사용고객 중 누가 진짜 ‘나의 고객’인지를 살펴야 한다. 이 첫 번째 단추를 제대로 꿰어야, 이후의 캠페인, VOC 분석, 서비스 개선, 심지어 위기 대응까지 모든 CS 경영의 실행 전략이 힘을 가질 수 있다.
결국 CS 경영의 시작은 ‘나의 고객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 고객을 정의하고 나면, 그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를 더 쉽게 들여다볼 수 있다. 그때부터 비로소 진짜 CS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