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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eral pharmacist Feb 21. 2017

약사님 전 배가 아픈데 왜 타이레놀이 들어 있나요?

약방의 감초, 약국의 타이레놀

약사님 여기 들어있는 이 약 타이레놀 아닌가요? 전 배가 아파서 온거지 두통이 있는게 아닌데요?

"타이레놀은 어디에 쓰는 약일까요?"


약국에서 가끔 환자분들에게 되묻는 질문입니다. 대부분 돌아오는 대답은 '두통약'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해열제'라는 대답입니다. 타이레놀은 도대체 뭘 하는 약일까요?


답은 '해열진통제'입니다.


우리 몸에는 열, 염증반응, 통증을 야기하는 프로스타글란딘(PG, Prostaglandin)이라는 물질이 있습니다. 타이레놀는 이 효소의 생성을 막아서 열을 내리고 통증을 완화시키는 작용을 합니다. 우리가 먹은 타이레놀은 피를 타고 온몸으로 전달 되기 때문에 배가 아플 때도, 머리가 아플 때도, 몸살이 낫을 때도 온몸을 돌면서 통증을 완화 시킵니다. 머리가 아플때 먹었던 약이라고 해서 배가 아플때 쓸수 없는건 아니라는 것이죠.


우리가 먹은 약은 피를 타고 온 몸을 돌게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진통제는 타이레놀 뿐이 아닙니다. 부루펜, 이지엔6, 탁센, 아스피린 등등 많은 진통제들이 있는데 배가 아플때도 쓰는 진통제는 타이레놀 뿐입니다. 왜 그럴까요?


앞서 언급한 타이레놀을 제외한 진통제들을 nSAIDs(non-Steroiadal Anti-Inflamatory Drugs)라고 부릅니다. nSAIDs들도 머리가 아프다거나 몸이 아프다거나 하는식으로 한군데에 한정적으로 쓰는 약이 아닙니다. 관절염에도 쓰고, 두통에도 쓰고, 생리통에도 쓰죠. 그럼 복통에는 쓰지 못할까요?


nSAIDs와 타이레놀 사이엔 큰 차이점이 두가지 있습니다.


1. nSAIDs해열, 진통작용과 함께 소염작용이 있고, 타이레놀해열, 진통 효과만 있습니다.


2. nSAIDs는 위에 자극을 줘서 속이 쓰리지만, 타이레놀위에 자극이 거의 없습니다.


복통에 타이레놀을 주로 사용하는건 2번이 굉장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장염으로 속도 안좋고 복통도 심한 환자가 왔습니다. 의사는 약을 처방 해 주면서 속이 많이 안좋으면 금식하거나, 식사를 하더라도 소화가 잘되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으라고 합니다. 이 환자는 속이 너무 안좋아서 식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이 상태에서 복통을 줄이기 위한 진통제로 nSAIDs를 처방했다면? 빈속에 속쓰린 약을 먹으면 속이 더 쓰리고 아프겠죠. 안그래도 배가 아픈데 불난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입니다. 이때는 위장장애가 없는 타이레놀을 처방하는것이 지당하지요.


우리가 먹은 약은 위와 장에서 흡수되어 피를 타고 온몸을 돌게 됩니다. 두통약이라고 해서 그 약이 머리로만 가는것이 아닙니다. 피를 타고 온몸을 돌아다니다가 필요한 기관에서 작용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타이레놀은 두통 뿐 아니라 몸살, 복통, 생리통에도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복통에 주로 사용하는 부스코판 플러스의 경우 진경제인 부틸스코폴라민과 타이레놀(아세트아미노펜)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배가 아파서 갔는데 타이레놀이 들어있다고 놀라지 마세요. 타이레놀은 머리에서도 작용하지만 배에서도 작용하고 있어요.



덧. 사실 약이 필요한 기관에만 가서 작용하는것은 많은 제제학 연구자들의 목표입니다. 항암제의 경우 표적 암세포에만 적용이 되어야 하는데 피를 타고 온 몸을 돌면서 작용하는 바람에 위벽이 헐어서 식사를 못해 살이 쭉쭉 빠지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는것입니다. (암세포는 분화가 굉장히 빠른 세포입니다. 항암제들은 분화가 빠른 세포들을 주 표적으로 삼기 때문에 위벽이나 두피와 같이 새로운 조직은 계속 생성하는 기관에서 부작용이 많이 발생합니다.) 실제로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들이 연구 되고 있습니다.


약물에 자성을 띄는 분자를 도입해서 몸속으로 주입합니다. 약을 피를 타고 온몸을 돌겠죠. 이때 치료가 필요한 기관에 자석을 갖다대고 있으면 약이 피를 타고 몸을 돌다가 자석 근처에만 계속 머무르게 되겠죠. 목표하는 기관을 제외한 다른 기관에 약물이 머무는 것을 줄여서 약효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 연구가 다양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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