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되어
작년 어느 가을날 든 생각의 기록
221116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던 후암동 골목을 누비면서 마음에 바람을 쬐었다.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이 흩날렸고, 들숨을 깊게 마시는데 마치 마음에 바람이 드나드는 듯 했다.
겨울이 오기 전, 차가워졌지만 애리도록 아프지 않은, 차갑다기보다는 신선하고 맑다고 칭하고 싶은 바람이, 내 마음 여기저기를 누비고 나갔다.
그제서야 나는 누군가, 또는 누군가에의 사랑을 바라는 집착에서 벗어나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그제야 숨통이 트이면서 말갛게 스스로의 생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나의 필명이 누비, 인 것은 어쩌면 이렇게 살아야 행복해서 일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 곳곳을 누비고, 자유로이 통로를 드나드는 바람처럼,
무언가가 내 안을 누비도록 마음의 공간에 여유를 두어 숨통을 비워두어
살면서 나의 숨을 지켜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