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만 있어서 무기력할 때 뭐하면서 보내는지 공유해주라
비싼 장난감을 사줘도 시큰둥한 고양이
그 장난감이 담아있던 종이박스 속에 들어가 좋다고 골골거리는 고양이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 반응이 좋다는 리뷰를 모두 살펴본 뒤 실패란 없다며 확신을 가지고 산 장난감은 역시나 관심이 없다. 오히려 집구석에서 굴러다니는 작은 잡동사니에 야생 토끼처럼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역시 고양이 답군!’하고 웃음이 나온다. 오늘은 소심하지만 호기심은 많은 우리 집 고영희(고양이)씨를 만족할 수 있는 알쏭달쏭 잡동사니들을 소개 보려 한다.
하나. 당면
어느 날 부엌에서 떨어진 당면 하나를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신이 나서 여기저기 물고 던지는 게 아닌가. 당면을 하나 더 꺼내 잠자리 채처럼 흔들어봤더니 두 손 두 발을 뻗어 당면을 잡으려고 온 힘을 다하는 귀여운 모습을 포착했다. 건당면의 탄성이 재밌어서인지 손으로 요리조리 쳐보면서 놀기도 하고, 멀리 던지면 강아지처럼 당면을 가지러 간다(물고 다시 돌아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숨겨버리는데...). 가끔씩 선반에서 당면을 꺼내면 사냥을 시작하는데, 아무래도 우리 집 당면의 반절은 고영희 씨가 다 부러뜨려 소파나 냉장고 밑으로 넣어버린 것 같다. 그래도 딱딱한 물건이라 다치진 않을지 정말 조심하면서 지켜봐 줘야 한다.
둘. 운동화 끈
안 쓰는 운동화 끈은 모두 고양이의 사냥감이 되었다. 하얀 운동화 끈부터 알록달록한 운동화 끈까지 다양한 끈들이 고양이 눈에는 재미있는 장난감으로 보이는 게 분명하다. 가끔 정전기 때문에 운동화 끈이 벽이나 의자에 붙으면 저 운동화 끈을 잡고야 말겠다는 맹수의 발톱과 눈빛을 볼 수 있다. 운동화 끈으로 놀아주는 일은 집사의 운동량이 더 많아 당면보다는 난이도가 더 있다. 현실감 있게 움직여야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건성으로 흔들거나 멀리 던지는 게 불가능하다. 그래도 딱딱한 구석이 없고 다칠 위험이 적어 요리조리 현란하게 움직여도 걱정이 없다.
셋. 페트병의 뚜껑 그 아래 고리
페트병 뚜껑을 보는 순간 고양이 장난감으로 사용하기 딱 좋을 것 같다는 직감이 온다. 하지만 역시나 집사의 기대와는 다르게 고영희 씨는 그 뚜껑에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페트병 뚜껑을 열면 아래에 남는 작은 고리를 던져줬더니 맹수의 자태를 뽐내며 그 작은 고리를 향해 달려가는 게 아닌가. 던지면 눈에도 잘 안 보이는 그 고리를 잘도 찾아내어 손으로 툭툭 쳐낸다. 몇 번 놀지 못하고 쉽게 어딘가 구석으로 사라지기도 하지만 그 구석이 어디든 끝까지 따라가는 용맹함을 보인다. 이 정도 용맹함이면 조만간 집도 지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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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적으로 망한 장난감들도 소개해본다.
레이저 쥐
묘생 5년 차. 이제는 레이저가 집사의 손에서 나오는 불빛이라는 걸 아는 눈치다. 몇 번 잡기를 실패한 이후로는 샘통이 나는지 전혀 움직이질 않는다. 레이저 불빛이 나타나면 오히려 내 손을 바라보니, 눈치 빠른 고영희 씨가 그만두라는 눈빛을 보내는 묘한 기분이 든다.
금붕어 장난감
물 안에 넣으면 파닥거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움직이는 금붕어. 요란한 움직임에 호기심이 생겼는지 잠깐 지켜봤지만, 정말 잠시 뿐이었다. 물에 손 닿는 거 자체를 싫어해서인지 애처롭게 혼자 퍼덕이는 금붕어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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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우리 집 고양이는 끈, 껍질, 당면을 좋아할까
이해할 수 없지만 우선 재미있다니 열심히 놀아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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